새정부의 신경제정책이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만큼
이의 기반조성을 위한 기업의 적정한 임금수준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임금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강도높은 임금억제정책을
펴왔다. 총액임금제와 임금가이드라인이 단위사업장의 임금안정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것은 부인할수 없으나 이 과정에서 노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 87년이후 지난해까지의 연간 임금인상률은 11.6~25.1%. 이로인해
목에 찬 임금압박은 자금난에 못이긴 중소기업인의 잇단 자살사건에도
한요인으로 작용하고있음을 부인할수없다.

지방공단에 입주한 중소 영세업체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이에 소속된
근로자의 체불임금이 1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문닫은 회사에서 쏟아져나온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자신의
사업장 경영진이 인건비감소를 위한 감량경영방침을 밝힐때마다 근로자들은
불안에 떨어야하는 현실이다.

정부와 노사가 적정한 임금수준을 곰곰이 되씹어 봐야할 시점이다.

"임금의 안정을 말하는 사람을 반근로자적인 시각에서 봐서는 안됩니다.
국내 제품의 해외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임금인상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말해야 합니다.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할때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선연구위원은 근로자에게 욕을 먹는한이 있더라도
근로자의 "높은"임금요구를 자제해달라고 언론과 공익기관들이 나서서
계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행히 새정부가 들어서는 올해는 임금에 관한 노사의 입장이 어느정도
좁혀져 있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의 임금정책이 가장 효과적으로
정착될수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이다.

국내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근로자들의 이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돼있는데다
임금인상의 직.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물가도 지난해를 고비로
5%선으로 안정되고 있는것이다.

한국경총의 김영배조사이사는 "임금수준이 기업가로 하여금 투자할 동기를
잃게하는 정도"라고 말하고 "근로자들이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로 빚어질
"사태"를 잘알고 있기때문에 앞으로는 과도한 인상요구는 없을것"으로
내다봤다.

이에대해 한국노총 전노협등 노동단체들도 어려운 경제여건과 임금수준을
별개로 할수없다는 사용자의 논리에 어느정도 공감하고 임금인상의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경영환경이 임금인상률에 반영되는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의 가계를 압박하고 통화팽창이 물가인상을 부추길때
근로자의 자제분위기가 깨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습니다"
한국노총의 조한천정책실장의 이같은 언급은 그간의 임금에 대한
근로자시각의 변화를 의미하는것일뿐만아니라 사용자단체와 정부의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노사간 타협의 가능성을 남긴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조실장은 "정부가 개별사업장의 임금교섭에 깊숙이
개입,노동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이 산업현장에 퍼져 나갈때 근로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이런속에서는 근로자의 "신바람"은 기대할수
없을것"이라고 지적한다.

침체된 산업현장의 분위기속에서 임금인상률은 극히 제한적일수밖에
없으며 정부가 개입할때 오히려 근로자의 임금욕구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는게 조실장의 분석이다.

총액임금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 제조업의 평균임금인상률은 16.3%.
이는 지난 91년의 제조업 평균임금인상률 16.9%보다 겨우 0.6%포인트가
낮아진것이다. 기대한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셈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정부가 총액임금제적용사업장 선정과 5%라는 일방적인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본질적으로 노사 자율협상에 맡겨야할 사안에
노골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자본주의 경제원칙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하고있다.

또 총액임금제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성과배분제가 생산성에
기초하기보다는 정부 규제의 "비상구"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제 임금정책이라는 공은 새정부의 책상위로 넘어갔다.

노사문제는 "오뉴월에 돼지고기 먹는 꼴""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어렵다는점을 생각할때 새정부의 고민은 그 어느정책보다 클게
분명하다.

이와관련,노동부는 경제안정과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위해서는 임금의
하향안정이 시급하다며 "정부투자 출연기관과 독과점 대기업의 임금관리에
적극 나서되 총액임금제의 부작용이 컸던만큼 일률적인 임금인상억제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정부와 노사단체는 임금과 물가 고용등의 상관관계를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

임금의 당사자인 노사가 수긍하고 기업의 제품경쟁력이 되살아날수 있는
임금수준의 산출에 정부와 노사단체들이 이마를 맞대야할 때이다.

<김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