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더없이 차분한데
선거분위기는 살벌해지고 있다. 김력선거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30대그룹의 가지급금을 동결하고 10대그룹산하 전기업의 여신변동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검찰 경찰은 물론이고 국세청과 노동부도 동원되고 있다.
선거쟁점이 엉뚱한 데로 바뀌고 있다. 깨끗한 선거를 내걸고 무서운
선거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런중에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후보들의 공약들은 공약처럼 부풀어 가고 있다.

무엇으로 국민들을 잘살게 할것인가. 경제를 잘 돌아가게 되살리지
못하고 국민을 잘 살게 한다는 것은 로빈 후드식밖에 없다. 많은 선심성
공약들에서 홍길동의 활빈당을 연상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빈부간에 제로섬게임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이 요점은 소홀히 하고
있다.

경제를 다시 살려내려면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하여
설비투자가 늘어나게 해야 한다. 투자없이 경제성장을 하려는 것은
밑천없이 장사하려는 것과 같다. 공장과 기계없이 어떻게 물건을
만드는가. 올해 설비투자는 당초계획보다 12.2%가 줄어들어 작년
실적보다도 5.6%가 감소될 전망이며 이는 10년만의 마이너스기록으로 우리
경제의 족쇄가 되는 셈이다. 이런데도 관변에선 막연히 내년에도 7%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내년의 투자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상공부가 79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의하면 올해보다 8.5%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증가를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전경련이 2백8개
제조업체의 내년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는 9.8%감소다.
산업연구원(KIET)도 주력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기업별로 5~10%정도의 투자를 축소시킨 내년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설비투자는 경기호전의 기본적 원천이다. 호경기를 이루려면 GNP성장률의
반분이상이 설비투자로 기여돼야 한다. 경제성장의 엔진이 투자다.
일본은 오일쇼크때 성에너지투자로 경제력을 강화했다. 엔고때는
코스트다운투자로 경제체질을 튼튼히 했다. 국내에서 올해 수출증가
기여율이 75%에 달하는 반도체 석유화학 섬유직물 선박 철강등 5대품목은
그동안 꾸준한 설비투자를 한 부문들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구조조정기라고 한다. 선진국과 개도국사이에 끼인
샌드위치경제가 구조고도화를 거쳐 선진국에 도전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처럼 투자가 침체된 상황에서 어떻게 구조조정을 이룰수 있겠는가.
투자가 부진하면 다시 개도국수준으로 전락할수 밖에 없다. 대선공약들은
조만간 터져버릴 고무풍선에 비유될수 있다. 정부는 5조원을 풀어 투자를
촉진하고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지금의
투자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정치가 커지면 경제는 찌부러든다. 이래서 개발년대의 정치지도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몹시 싫어했다. 그렇다고 정치발전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것이 정치발전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말이다. 경제가 풍향계처럼 정치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 언제 무슨 바람이 불어 투자가 뒤죽박죽이 될지 모를 일이다.
경쟁국보다 몇배나 되는 금융비용에다 이같은 불가치성이 겹쳐 투자가
위축되고 있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대선후보들은 대부분 의욕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많은 선심공약과
함께 경제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경제개혁이 좋지만 정치과욕에 휩싸여
경제를 떡주무르듯 하려면 경제는 오히려 망한다. 경제공약이 좌절하면
다른 공약도 허사가 된다. 이런 우려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겁내게
하는 원인일수 있다. 그러므로 후보들은 무엇보다도 경제는 물흐르듯
경제논리에 맡긴다는 공약을 하는 것이 첫째다. 그래야 투자가 이뤄져서
경제가 살아날수 있고 다른 문제도 따라서 해결될수 있다.

올해는 연두가 정부와 한 그룹과의 싸움으로 막을 열었다. 이제 연말에
그 싸움의 2막이 올랐다. 이것이 재계에 충격파를 던져 투자분위기를 더욱
위축시킬지 모른다. 금권선거가 있다면 차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소지가 있었다면 갑자기 난리를 치듯 하지 말고 처음부터 엄격히 했어야
경제에의 충격이 적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관련자 모두가 정신을 가다듬어
깨끗한 선거로 돌아가야 한다. 후보들은 로빈 후드처럼 되기 보다는
경제논리를 살려 경제주체들이 마음껏 뛸수 있게 신망을 줘야 한다.
투자의욕의 소생을 갈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