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를 추진한지 5년이되도록 아직 공개를 못한 D사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얘기는 못하지만 증권당국에 대한 불만이 많다.

그동안 중소기업 우선,신규주식공급 억제등 수시로 변하는 공개정책으로
갈피를 잡지 못한채 기업공개가 계속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이후 신규공개 중소기업이 무더기로 부도를 내면서 최근 중소기업
우선책이 폐지되는 방향으로 공개정책이 다시 바뀌어 이제는 공개가 이뤄질
듯도 하지만 시큰둥한 반응은 여전하다.

실제 청약을받고 또 납입이 이뤄지기 전에는 언제 또 다시 상황이 바뀔지
알수가 없는 처지인데다 막상 공개가 이뤄진다해도 그동안의 증시침체로
자금조달 규모가 당초 공개를 추진했던 지난88년의 절반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사규모가 큰데다 계열기업도 많은만큼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설투자자금을 회사채발행 등으로 메우기는
했지만 중소기업이었다면 어려움이 상당히 심했을 것"이라는 것이 D사
관계자의 얘기이다.

금년에 기업공개계획서를 다시 제출한 현대상선도 비슷한 입장이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여러차례에 걸쳐 공개를 추진하다가 아예 포기해버린
사례도 수없이 많다.

작년부터 기업공개를 시도하고있는 중소기업 K사도 이달말까지 공개여부가
결정되지않을 경우 공개계획을 포기하겠다고 나서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가
설득에 진땀을 흘리고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기업공개 계획을 세운 데이콤의 경우에는 체신부까지 동원,로비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기업공개를 계획대로 성사시키기 위한 기업측의
노력은 치열하다.

기업공개는 유상증자와함께 기업이 증권시장을통해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중요수단의 하나이다.

이에따라 많은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있고 또 공개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급성장한 기업도 많다.

특히 80년대 후반에는 증시가 활황세를 지속,기업공개가 대주주의 부를
엄청나게 확대시켜주는 역할까지 하면서 공개러시현상이 빚어졌고
기업공개를 성사시키기위한 부조리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지난해 1월이후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장기업이 32개사나
되고 또 최근 큰 말썽이 빚어졌던 신정제지파문 역시 무리한
기업공개에따른 후유증이라고 할수있다.

금년들어 기업을 공개한 회사는 지난3월의 대한해운 단1개사뿐이다.

신정제지파문등의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증권당국이 기업공개를 사실상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꾸준히 공개를 추진해왔던 기업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증권당국의 갈팡질팡하는 공개정책으로 큰 피해를 입고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이다.

현재 인수의뢰서를 제출,기업공개를 기다리고있는 기업은 23개사에
달하고있는데 이들중 상당수가 2 3년전부터 계속 공개를 추진해온
회사들이다.

이처럼 공개가 지연됨에따라 일부 회사,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문까지 심심찮게 나돌고있다.

공개정책과 요건은 89년 하반기주식시장이 침체국면으로 진입하고 또
물량공급 확대정책의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90년부터 계속
강화되기 시작했다.

자본금등 외형적인 요건은 물론 재무구조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실지조사제도의 도입,공모가산출방법 변경,부실분석에 대한 제재강화등의
조치가 연이어 취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88년 1백12개사,89년에는 1백35개사에 달했던 신규공개
기업이 90년 36개사,91년엔 21개사,금년들어서는 현재까지 단 1개사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한 위축세를 면치못했다.

물론 이같은 기업공개의 위축현상은 증권당국의 입장에서보면 침체증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부실기업의 공개를 막기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수있다.

그러나 기업공개를 추진해온 기업들은 수시로 공개요건이 강화된데다
그때그때 시장분위기까지 감안해 공개허용 여부를 결정하는만큼 공개시기의
예측이 불가능하고 자금조달등에도 차질이 빚어져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상증자와는 달리 기업공개는 자금조달측면만을 고려해서는 곤란하다.
부도러시현상으로 대표되는 기업공개의 심각한 후유증 역시 기업자금
조달측면만을 앞세워 중소기업 우선공개정책을 폈기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증권관계자들이 많다.

증권관계자들은 또 앞으로 기업공개는 우량 기업을 골라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매달 1 2개사 정도씩이라도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해야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의 가능성과 시기를 어느정도
예측할수 있게되고 투자자들의 피해도 막아 증권시장의 신뢰성제고와
장기안정적인 발전을 꾀할수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조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