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말 국무회의에서 자못 광범위하고 강도높은
"에너지절약종합대책"을 확정해서 발표한바 있다. 이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를 에너지절약원년으로 삼아 에너지절약의 생활화와 에너지이용의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가격문제를 빈칸으로 남겨둔 미완성품이었다. 여론은
즉각 그점을 꼬집었다. 그런데 엊그제 한국개발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정책협의회에서 드러난 각계 전문가들의
입장이나 시각도 역시 그랬다. 에너지가격체계와 가격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종합대책의 부문별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하고 그 추진상황을
매달 관계부처합동으로 점검할 방침이라는데 그에앞서 먼저 가격문제에
관한 정부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는게 역시 순서일것 같다. 지금처럼 낮은
가격체계를 그냥 놔둔채 절약과 효율화를 제아무리 떠들어봤자 소용이
없겠기 때문이다.
가급적 에너지를 덜 쓰는 산업구조,같은 수량의 에너지로보다 높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구조로의 개편이라든가 승용차의
소형.경량화,가정과 상업용건축물의 에너지소비절약등 지극히 원론적인
일체의 대책들이 결국은가격에 좌우된다. 가격이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유인할만한 수준이고 절약에따른 불편과 고통을
보상할만한 수준일때 비로소 대책은 실효성을 기대할수 있다.
정부는 지금 석유와 전력등 모든 에너지가격에서 저가정책을 쓰고 있다.
휘발유값이 특히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논란되고 있다. 저가정책을
구사하게된 배경은 첫째 경쟁력제고차원에서 모든 산업,특히 제조업의
에너지비용부담을 최대한 줄여주자는 측면과 둘째 물가정책차원의
고려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곧 이웃 일본의 2배에 달하는
한국제조업의 높은 에너지원단위수준과 절약의식 퇴화현상으로 나타났고
더이상 방치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결론은 분명하다. 에너지가격정책을 재점검해야한다. 그것은 곧
적정수준으로의 가격인상조정을 뜻한다. 에너지소비절약을 위한
충분조건으로서가 아니라 절약정책의 필수적 전제조건으로 긴요하다.
정부도 하반기에 가서 기름값을 10 20%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란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근본적인 내용이다.
불편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에너지소비절약과 이용효율을 극대화할
가격체계를 모든 에너지에서 새로이 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