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부도로 쓰러지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이 법의 보호아래 경생의 길을 찾고자 법정관리신청을
잇따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관계당국에서도 불실기업관리를 효율화
하기 위한 일련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것 같다.
정부당국은 부실기업의 법정관리및 은행관리요건을 대폭 강화, 법정관리
기간을 현행 최장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고 법정관리대상을 자구노력
으로 회생이 가능한 기업으로 국한하는등 "부실기업정책 개선방안"을 마련,
관계부처와 협의키로 했다는 것이다.
법정관리결정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산처리위원회"를
설치,부실기업처리를 전담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또한
경영개선의 여지가 없는 기업에는 관련은행이 공동으로 신규여신을
중단하지만 경영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부채를
출자로 전환,은행이 주식을 소유하는 "부채.주식전환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기업이 창업이 된후 계속 성장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환경은 항상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거나
환경자체가 기업의 존속을 어렵게 하는 경우 그러한 한계기업의 도산은
불가피한 것이다.
기업이 부도또는 부도직전에 몰려 있을때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아래 기업의 도산을 막으려는 것이 법정관리제도다.
법정관리에 관한 사항은 62년에 제정된 회사정리법에 명시돼 있다. 이법은
재정적 궁핍으로 파탄에 직면했으나 경생의 가망이 있는 주식회사에 관하여
채권자,주주,기타의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며 그 사업의 정리재건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있다. 다시 말해 경생가능한 회사를
파산시키지않고 법정관리를 통해 살려내려는 것이 법정관리 원래의 취지인
것이다.
회사정리법이 63년1월1일부터 시행된후 90년까지 법정관리결정을 받은
기업은 143개로 이 가운데 회생한 기업은 10개기업에 불과했다. 이는 바로
법정관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있다.
기업이 법정관리의 신청한다는 것은 좋게 해석하면 기업들은 법의
보호아래 어려운 여건을 극복,갱생의 길을 찾기위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일부 부실기업이 이제도를 악용,부도부터 막고 보자는 속셈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법정관리제도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검토중인
개선방안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걸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첫째 법정관리기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그런데 법의 보호아래 수명을
연장하는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그 강도가 약해질수
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20년을 10년으로 단축한다고 해서 파산할 기업이
빨리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10년간이나 보호하지
않으면 살릴수 없는 기업이라면 그런 기업이 국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수있을 것인가.
둘째 법정관리를 한다고 해서 갱생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기업이 살아날 것인가 아닌가를 법정관리를 할 당시에 누가 알수있는가.
갱생의 가망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이는
법정관리제도를 부정하려는 뜻에서가 아니라 어느 기업이 승자기업이
될것인가 패자기업이 될것인가는 미리 알수없기 때문이다.
셋째 사법 행정 금융전문가등으로 구성된 도산처리위원회를 설치, 법정
관리등 부실기업처리를 전담시킨다고 하지만 기구가 설치된다고 해서 그
기구가 본래의 취지에 따라 효율적으로 기능한다는 보장이 없다.
넷째 은행이 경영개선의 여지가 있는 불실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부채.주식전환제도"는 그렇지 않아도 불실채권으로 경영악화에 빠져있는
은행을 더욱 불실하게 만들 가능성을 높여 준다. 경영개선의 여지가
있는가를 알기도 어렵지만 출자은행이 계속 금융지원을 한다면 그 기업은
살아남을수 있다. 그러나 그게 법정관리의 원래취지는 아니다.
금융지원이 계속될때 살아남지 못할 기업이 있겠는가.
법정관리제도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은 크다. 그러나 이 제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쓰러져야할 기업이 살아남고,살아남아야할 기업이 쓰러지는
상황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제도개선에 앞서 정부가 고려할
일이 있다.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할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세계적 고금리로 금리부담이 늘어나고 각종 원가고에다 수출부진으로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고 기업의욕 투자의욕이 꺾여 있는 상황부터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라는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