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배정 관련 회의록이 의료계와 정부 간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교육부가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는 법정위원회가 아니므로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8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의대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는 달리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법정위원회가 아니므로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며 “최근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된 항고심을 진행 중인 고등법원에서도 배정위원회의 회의록을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어 “배정위원회의 위원 명단, 구체적인 논의내용 등은 민감한 정책과정에 선뜻 참여하기 어려우셨던 위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당초 배정위원회 구성 당시부터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한편 다음으로 최근 부산대 교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반영한 학칙개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오 차관은 “다른 대학에서는 이미 학칙개정이 완료되거나 개정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고등교육법 제32조, 동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의 취지를 보았을 때 대학별 의대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에 따라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고등교육법 제60조에 따라 시정명령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그는 “다만 대학이 스스로 의대정원 증원 수요를 제출한만큼, 대학 내에서 의견을 모아 학칙 개정을 완료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올해 초,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은 두 번째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유수 미술관이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한 상인 만큼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제1회 수상자로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AI 인플루언서’인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가 호명됐던 만큼 뒤를 이을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또 다른 AI 작가가 아닐까 했던 예상을 뒤엎고 이번엔 70세의 노익장이 선정됐습니다. 바로 대만계 미국 작가인 슈리칭(Shu Lea Cheang·70)입니다. 슈리칭은 1990년대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디지털 예술을 실험한 이른바 넷 아트(Net Art)의 ‘시조새’로 꼽힙니다. ‘기술은 예술의 도구’라는 그는 VR, 소프트웨어디자인, 코딩과 같은 최신기술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 활용합니다. 그러나 그가 읽어내는 것은 이같은 화려한 기술의 향연이 아니죠. 현실세계와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가상세계에서, 인간 사회의 폭력적인 면에 초점을 맞춥니다. ‘익명’이라는 가면 아래 너무 손쉽게 자행되는 극단적인 성차별
최근에 전통음악 관련한 수업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한 대학의 석박사 과정을 다니고 있는 전통 예술가들이 듣는 수업으로, 필자는 전통 판소리 일부를 전수하고 그를 개개인의 시야로 충분히 들여다본 후 그로부터 새로이 파생되는 자신들의 창작물을 만들기까지의 여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커리큘럼이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전통에 뿌리를 두고 창작 작업을 하는 필자의 창작이나 공연예술에 관한 견해가 수업 도중 언어로 흘러나오는데, 엊그제 한 친구가 질문을 건넸다. “세련됨에 대해 여러 번 언급 하셨는데, 선생님이 생각하는 세련됨은 무엇인가요?”“아, 제가 그렇게 세련됨에 대해 말을 자주 했나요?”“네, 두세 번 언급 하신 것 같아요.”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필자는 세련됨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심지어 그를 수업 중에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칼럼은 공연을 만드는 직종인 필자에게 세련됨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써보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글이 될 것이다. “나는 세련됨을 추구한다.”라는 문장이 지목하는 분야를 공연예술, 특히 판소리가 콘텐츠인 공연예술로 고정하여 이야기를 해보겠다.필자가 판소리를 창작하기 시작한 데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었고 그중에 세련됨과 관련한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왜 내가 보고 겪는 판소리 관련 공연은 모두 비슷하게 느껴질까? 2. 내가 좋아하는 현대무용 공연이나 음악 콘서트와 같은 공연들에 쓰이는 조명이나 무대와 의상을, 판소리 관련 공연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 3. 내가 즐기는 공연예술들과 같은 외형을, 판소리도 가질 수 있을까?4. 내가 즐기는 공연예술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