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내에 점포를 갖고 있는 국내 화장품메이커들은 이달말 입점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백화점측이 재계약대상에서 외국직수입 브랜드만 손을 잡고 국내생산브랜드
는 탈락시킨다는 방침을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백화점으로부터의 판매 거점상실은 백화점을 통한 매출감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외국인의 유통업진출 허용을 계기로 일반유통경로까지 외제품에 침식
될 것을 알리는 서곡으로 비쳐져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하는 불안감으로
증폭되고 있다.
**** "수익성 좋다" 외제브랜드 선호 ****
국내 화장품메이커들이 백화점에 판매대를 가지려는 것은 판매수익을
올리자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판매수익은 커녕 오히려 판매원의 인건비도 못건지며 매달 적자를 보는
업체도 있다.
화장품자체의 화려한 고급이미지를 백화점진열을 통해 과시함으로써 일반
유통점에서의 판매에 연결시키려는 홍보적 차원의 진열기능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도 이 이미지를 인정, 1층 입구의 첫눈길이 가는 요지를 화장품
업체에 할애해주는 협력관계를 지금껏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제 수입개방의 바람이 불자 백화점들은 국내화장품메이커와 그간
10여년간 맺어왔던 밀월관계를 청산하고 "더욱 화려하고 수익성까지 보장"
되는 외제화장품과 손을 잡겠다는 것.
**** 국내 상표는 매장재계약 기피 ****
이같은 방침을 확고히 굳히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이 이달말 예정대로 국내
브랜드를 쫓아낼 경우 미도파 현대(11월말)등 타백화점들도 이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현재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7개의 국내 화장품메이커중
피어리스와 라미는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그 자리에 프랑스의 "겔랑"이 새로 들어오고 태평양 한국등 메이커들은
자체브랜드를 제외한 "크리스찬 디오르" "랑콤"등 수입품 브랜드만 취급하는
조건으로 간신히 추방을 면하게 된다.
그러나 추방을 면한 업체도 제조업이란 입장에선 자기가 만든 상품을 팔지
못하고 외제품을 판다는 것은 심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며 자칫 자기브랜드
를 죽이고 외국브랜드의 판매대리점으로 전락할 우려를 안고 있다.
따라서 화장품메이커들은 백화점이 수익에만 급급, 국내제조업의 침식을
도외시한다면 불평을 늘어 놓고 있지만 백화점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며
이를 묵살하고 있다.
**** 신세계 첫 단행, 타점으로 확산조짐 ****
즉 과거 강북시대에는 신세계시대를 맞이하면서 이 판도가 뒤집혀지기
시작했다.
현대 롯데월드 뉴코아등의 잇딴 강남개점으로 시내중심으로 몰리던 고급
손님들의 발길이 서서히 뜸해져갔다.
그러나 롯데는 기민하게 이의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당초 대형주차장을 확보한 점도 있지만 상품화계획에서 고급 고가수입품의
과감한 유치와 적극적인 판촉이었다.
강남으로 눈길을 돌린 고객의 발목을 붙잡자면 강남에 없는 것, 독특한
것을 모색해야 됐었고 그 결과 세계적인 고급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으로 귀결
점을 모았다.
화장품의 경우 롯데는 수입품 에스티라우다의 독점판매결과 월 6,000만-
7,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리는등 재미를 보게 된것이다.
그래서 신세계도 부득이 실리위주의 판매전략으로 전환, 판매실적이 부진한
국내브랜드 화장품을 내보내기로 한것.
아무튼 수입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수입품판매에 열을 올리는 백화점의
처사도 문제지만 소비자의 건전한 소비풍조확립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