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해야 할 기초과학 진흥 ****
최근 정부 학계 연구소들이 이구동성으로 기초과학의 중점육성론을 제창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기초과학이 취약한 상태아래서는 자체기술의 배양능력이 생길수 없고 그
결과 그 나라의 과학기술은 모두가 선진국들이 이미 개발해 낸 것을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여 도입하거나 모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우리 산업/경제의 급속한 발전도 선진기술의 과감한 도입,
흡수, 모방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후발성의 이익"을 최대한 활용한 산업기술의 고도화와
기업화로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수출, 공업국으로 발전하게 된 오늘에 와서는
어느 선진국도 그러한 선진과학기술을 한국에 내어줄 나라는 없게 된 것이다.
치열한 국제적인 경제경쟁시대에 독자적인 고품질 고기술제품을 만들어낼
핵심적인 과학기술의 블랙 홀을 경쟁상대국에 넘겨줄 나라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바로 이러한 배타적인 과학기술의 보호
주의시대인 것이다.
다시말해서 연구에 너무 긴 시간과 막대한 지속적 투자가 소요되면서도
연구성과에 확실성을 기대할 수 없는 기초과학연구보다는 연구성과를 빨리
기업화하는데 목적을 둔 도입기술의 소화와 응용, 모방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수출시장에 내놓는게 무엇보다도 시급했던 것이다.
물론 그러한 외국과학기술의 도입, 흡수, 모방, 개량이 가져온 기술혁신은
자동차, 조선, TV, VTR, 철강, 반도체 같은 선진국의 우위분야에서도 한국
상품의 성가를 유지하는데 기여했고 선진국으로부터의 무역마찰까지 야기할
정도의 수출강국으로 등장하기에 이르게 했다.
바꾸어 말해서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기술설비로 고성능의 공업제품을
양산,세계시장에 수출공업국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지금까지의 한국의
과학기술의 모습이었다.
우리과학기술개발의 가장 취약부문인 기초과학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90년까지 3,000억원, 2001년까지 1조원의 기초연구기금을 조성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기초과학분야에 88년도 세계잉여금 3조3,000억원중에서 3,000억원을
우선적으로 대학의 기초연구활성화자금으로 배정할 것을 촉구한 원로
과학기술자들의 건의도 우리과학기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건설적인
제언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미미한 수준에 있는 기초과학연구투자에 많은 자금을 배정한다는 것은
우리과학기술의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러한
투자액의 증액이 곧 기초연구의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알아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먼저 기초연구투자의 효율화를 가능케 하는 기초연구의 기본
장기계획이 마련돼야 하고 이에따라 정해진 기초연구대상으로부터 응용,
개발에의 방향설정과 조직적연계, 다른 연구영역과의 연구성과의 교류도
고려에 넣으면서 투자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