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족쇄' 벗은 로톡, 9년 분쟁에 손실 눈덩이

변협과 분쟁에선 이겼지만…성장 타이밍 놓쳐

등록 변호사 4000명서 절반 '뚝'
지난해 영업손실 155억원 달해
로톡 "이젠 서비스 고도화 집중"

법무부 "변호사 플랫폼 종속 우려"
광고비 상승 등 위험성도 경고

변협 "로톡은 불법" 입장 여전
변호사 추가 징계 나설 가능성
로톡이 9년간 이어진 대한변호사협회와의 분쟁에서 승리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통화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법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간 분쟁에서 사실상 로톡 손을 들어주면서 국내 리걸테크(법률+기술) 산업이 분수령을 맞았다. 로톡은 지난 9년간의 ‘불법 논란’을 떨쳐내고 본격적인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 공략 타이밍과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끈질긴 압박을 가한 변협의 반(反)혁신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위기의 로톡, 회생 발판 마련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26일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변협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에게도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고 징계를 취소했다.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 간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서비스는 맞기 때문에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법무부가 9년 동안 이어져온 로톡과 변협의 갈등에서 사실상 로톡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변협은 로톡 서비스가 출시된 다음 해인 2015년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로톡이 월 25만~50만원의 광고료를 낸 변호사를 검색 상단에 노출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로톡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는 법적 판단이 연달아 나오자 변협은 2021년 5월 아예 광고 규정을 바꿔 변호사의 로톡 광고를 금지하고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기 시작했다. 변협의 징계로 로톡 등록 변호사는 절반 밑으로 줄었고,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매출은 급락했다. 한때 4000명이 넘었던 로톡 변호사는 현재 2200명 수준이다. 매출은 2021년 41억원에서 지난해 29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55억원에 달했다.로앤컴퍼니는 올초 희망퇴직을 받아 90명이던 직원을 50명 수준으로 줄였다. 서울 강남 신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적기에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한데 로톡은 타이밍을 여러 번 놓쳤다”고 했다. 다른 법률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싶어도 변협이라는 리스크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리걸테크 다시 날개 다나

법무부가 로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국내 리걸테크 시장 성장세가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2021년 이후 로톡을 떠난 2000여 명의 변호사가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변협의 부당한 공격에 맞서 치러야 한 희생은 너무나 컸다”며 “이제 본질에 집중한 제품 고도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타트업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겪는 많은 스타트업에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로톡이 불법이라는 변협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날 법무부가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광고비 상승, 수임 편중, 변호사의 플랫폼 종속 등 위험성도 동시에 경고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로톡의 운영 방식 중 일부는 변협 광고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진 않지만, 소비자가 로톡에 광고비를 많이 낸 변호사를 유능한 변호사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변협이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들어 또다시 변호사들을 징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은이/김진성/안정락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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