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그룹, 후배들에 길 내줘야"…野혁신위 공천 배제 필요성 언급

시민사회 원로들 만난 김은경
"기득권 없애라는 명령 받아"
'꼼수 탈당' 의원들 겨냥 비판도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당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공천 배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시민사회 원로들로부터 ‘명령’을 받았다며 원로들이 혁신위에 제시한 공천 방향을 공개하는 형식을 통해서다. 혁신위가 총선 공천 룰 결정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당내 논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민사회 원로들이 ‘이기는 후보 공천하는 기준’을 전달했다”며 “혁신위와 상당 부분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함세웅 신부, 이부영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만나 민주당 혁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원로들이 “공천 기준에 민주당이 지향하는 바가 담겨야 한다. 이기는 선거 전략을 반드시 짜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김 위원장은 원로들이 “고인 물과 기득권을 없애라”고 했다면서 “1980년대 독재와 싸우고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인재들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지만 청년 후배들을 믿고 그들에게 길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청산 대상’으로 “1990~2000년대 입당해 당의 중추로 성장한 선배들”을 콕 집었다. 학생운동을 마무리한 86그룹 정치인들이 1990년대부터 민주당에 입당했다는 점에서 당내 중진으로 자리 잡은 운동권 출신 인사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꼼수 탈당’ 관행도 고치겠다고 했다. 그는 “당 이름을 걸고 국민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당은 책임져야 한다”며 “당의 부담을 덜겠다는 명목으로 탈당하고 문제를 회피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 당 차원의 조사를 받지 않고 자진 탈당했다. 암호화폐 거래 논란이 불거진 김남국 의원도 마찬가지다. 2020년 재산 축소 신고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은 최근 복당해 논란이 됐다.김 위원장은 “위법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시작되면 탈당하지 말도록 하고, 불복하면 징계 회피 탈당으로 보고 복당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혁신위는 오는 21일 이 같은 관행을 막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문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센 데 대해선 “(혁신위가) 내놓은 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했다.

한재영/전범진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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