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ESG 펀드…2022년 투자 포인트

지난 한 해 66개의 ESG가 출시됐다. 과거 사회책임투자 붐 때와 비교하면 설정액과 순자산 규모가 크고 주식 이외의 유형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금융, 탄소배출권 등 종목 선별을 잘해낸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SG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ESG 테마 상품 중 옥석을 가리느라 분주하다.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등 투자 열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 성장 테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 성장주보다는 가치주,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담긴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ESG 펀드 출시 봇물

지난해 국내에서만 ESG와 관련한 펀드가 66개 출시됐다. 해외 주식형 펀드인 삼성 에너지트랜지션펀드를 시작으로 현대 인베스트먼트코리아펀드, 마이다스프레스티지책임투자펀드, 키움 올바른ESG펀드까지 국내 주식형, 채권형, 해외 주식형 등 각종 펀드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 적이 있다. 사회책임투자(SRI)가 각광받던 시기다. 환경경영, 윤리경영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관련 펀드들은 장기 침체를 겪었다. 기존의 펀드와 차별성이 떨어지는 데다 성과도 부진했던 탓이다. 일반 펀드 대비 수익률이 도드라지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 이유다.

지금의 ESG 열풍은 SRI가 이름을 떨칠 때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단기간에 관련 상품이 쏟아지는 점은 유사하지만, 금방 식을 열기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 펀드, 지구온난화 펀드 등 녹색산업 관련 펀드 출시가 활발하던 2008년보다 ESG 펀드의 설정액과 순자산이 높은 수준”이라며 “주식 외 유형에서도 자금 유입과 신규 펀드 설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망 상품 옥석 가리기ESG 투자와 관련한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진짜 옥석을 가려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태양광 등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테마가 부침을 겪을 때마다 수익률이 출렁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ESG 테마가 포함된 통합형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가장 덩치가 큰 ESG ETF 중 하나인 아이셰어즈 ESG 어웨어 MSCI USA ETF(티커명 ESGU)의 경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등을 주로 담고 있다. 안정적 수익을 올리기 위해 ESG 테마가 곁들여진 투자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옥석을 가리려면 종목 선별을 잘한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MSCI USA ESG 리더스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엑스트레커 MSCI USA ESG 리더스 에쿼티 ETF(티커명 USSG)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MSCI USA 지수를 약 5%포인터 아웃퍼폼했다. 하재석 연구원은 “벤치마크 대비 비중이 낮은 IT 업종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점은 ESG를 통한 종목 선정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올해 종목을 잘 선별한 ESG 상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 NH투자증권은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금융을 유망 섹터로 꼽았다. 올해 수출 증가율이 10% 이상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류 병목 현상으로 인해 관련 품목 수출이 올해로 미뤄진 데다 선진국의 자본재 주문이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NH투자증권 측은 “과거 글로벌 물가 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된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금융 등 업종의 주가가 오르는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향후 시가총액 대형주 및 경기 민감 가치주에 우호적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국내 주식형 ESG 상품 중 성장주보다 가치주, 시가총액 중형주보다 대형주의 비중이 높은 ETF 및 액티브 펀드를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추천 상품으로는 키움 올바른ESG, KB ESG성장리더스펀드와 타이거 MSCI 코리아 ESG리더스, 아리랑 ESG가치주액티브 ETF를 꼽았다. 키움 올바른ESG펀드의 경우 삼성전자, 네이버, SK하이닉스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KB ESG성장리더스펀드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로 유사하게 종목이 담겨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무늬만 ESG’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 가능 상승 테마는 ‘이것’

지속 가능한 성장 테마인 탄소배출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조언했다. 지난해 뜨거웠던 탄소배출권 관련 투자 상품이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국이 탄소배출권 총량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투자가치가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선진국 평균 탄소 가격은 2025년까지 1톤당 75달러, 2030년에는 130달러, 2050년 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글로벌 ESG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 역시 미국에서 최초로 상장한 탄소배출권 ETF인 크레인셰어스 글로벌 카본 스트래티지(KraneShares Global Carbon, 티커명 KRBN)다. 지난해 12월 19일 기준 연간 수익률이 104.02%에 달했다. 같은 기간 20~30%의 수익을 낸 전기차, 수자원 테마나 각종 ESG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ETF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KRBN은 유럽과 미국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한다. 유럽 탄소배출권 톤당 가격이 급등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탄소배출권 총량을 해마다 4.2%씩 축소하기로 한 만큼 관련 ETF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탄소배출권은 기업 등이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할당량 이상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국내 운용사가 상장한 글로벌 탄소배출권 ETF로는 ‘SOL 글로벌탄소배출권IHS(합성)’과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등이 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