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제로…'4년후 예상실적'으로 공모가 산정한 바이젠셀

바이오주 거품 논란, 미래가치와 고평가
4년 후 추정 실적으로 밸류에이션 산정
신약개발 위험·경쟁심화 등 리스크도 공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매출 제로'의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 바이젠셀이 4년 후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산정해 신빙성 논란이 일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주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기업가치(밸류에이션) 평가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거쳐 IPO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들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꼬리를 문다.바이젠셀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2800~5만2700원이다.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대다수 바이오기업들처럼 현재 바이젠셀 매출은 0원. 2019년 매출 1500만원 기록한 뒤 현재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바이젠셀은 상장 4년 후인 2025년 추정 순이익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도출했다.

공동 주관사인 대신증권과 KB증권은 바이젠셀의 매출이 내년까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2023년 62억원, 2024년 238억원, 2025년 786억원으로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17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26억원), 517억원 흑자로 전망했다.

바이젠셀 미래 추정 이익(2025년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한 것인데 4년 뒤인 2025년 추정 실적은 상장 4년만에 매출과 영업익이 수백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게다가 비교 대상(피어 그룹)으로 녹십자 보령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등 탄탄한 실적을 거두는 국내 상위 제약사 7개를 제시하면서 정작 현 재무상황이 유사한 기업들은 포함하지 않았다.때문에 수익 가시화 시점까지 아직 4년남짓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 신약개발 위험, 면역세포치료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장 밸류에이션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바이젠셀 투자설명서에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사한 치료방법 및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가 임상개발에 성공할 경우 회사 실적과 재무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바이젠셀은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잡은 2025년 추정 순이익을 517억3200만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연 할인율 25%를 적용한 올해 추정 순이익 현가는 189억5200만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현재 바이젠셀의 예상 유통 주식수인 943만2400주를 나누면 올해 환산 주당 순이익은 2009원이 나온다.환산 주당 순이익에 피어그룹인 한올바이오파마, 녹십자, 보령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한독 7곳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배수 37.25배를 곱하면 1주당 평가가치는 7만4855원이다. 다시 여기에 29.60~42.82%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희망 공모가 밴드(4만2800~5만2700원)가 산출된다.

현재 바이젠셀은 바이티어(ViTier) 바이레인저(ViRanger) 바이메디어(ViMedier) 등 3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바이티어는 자가면역 치료제로, 바이레인저와 바이메디어는 동종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보령제약으로 현재 지분 29.50%를 들고 있다. 보령제약 외에도 여러 벤처캐피털(VC)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 오래 전부터 바이젠셀에 투자하고 있다.하지만 공모가 산정은 다른 문제다. 현재 바이젠셀의 실적과 괴리가 커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래 추정치라 검증이 불가능한 만큼 실적이 부풀려질 소지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이라도 2025년을 밸류에이션 산정 기준으로 잡기에는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시간 간극이 너무 크지 않나"면서 "미래 추정이익 기준 밸류에이션은 발행사와 주관사가 자의적으로 추정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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