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반값 전기車'…배터리 원료 리튬·코발트 가격 천정부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급증에
배터리 금속 가격도 덩달아 뛰어
車 가격 인하 쉽지 않을 듯

다급한 배터리社 원료 확보 올인
LG, 호주업체 투자 10년치 구매
SK이노는 코발트 3만t 계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까지 배터리 가격 50% 인하(도요타), 2024년까지 40% 인하(스텔란티스), 10년 내 제조단가 50% 인하(폭스바겐)….

완성차업체들이 공언한 ‘반값 전기차’ 출시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원인은 역설적으로 전기차 판매 급증에 있다. 판매량이 늘자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뛰었고, 전기차 가격 인하도 어려워졌다. 전기차의 인기가 대중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원료값 급등이 ‘발목’

2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연초 대비 지난 23일 기준 91.4% 급등했다. 코발트는 같은 기간 63.1% 올랐다. 구리(30.3%) 알루미늄(25.5%)도 20% 넘게 뛰었다. SNE리서치 분석을 보면 64㎾h 배터리(NCM811) 셀에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등 6대 금속 비용은 지난해 초 149만원에서 이달 22일 227만원으로 1년6개월여 만에 52.3%(78만원) 올랐다.

원재료 가격 급등은 전기차 수요 폭증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 집계 결과 지난달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는 59만2400대로, 1년 전에 비해 144% 늘었다. 올해 연간 판매량은 작년보다 1.87배 많은 61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원재료 가격 상승이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뒤집고 전기차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리튬과 코발트 등 핵심 원료는 배터리 값의 30~45%를 차지한다. 핵심 원료 가격의 급등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년간 규모의 경제 덕분에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최근의 전기차 수요 급증은 이런 추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수요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다시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2026~2030년엔 글로벌 배터리 부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물 확보·합종연횡·내재화 치열

원재료 가격 급등은 당장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의 수익성도 떨어지는 모습이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최근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하반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도요타 등 일본 6개 완성차 업체의 총 영업이익이 1조엔가량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영업이익의 30% 규모다.

전기차 생산을 줄일 수도, 차량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진퇴양난에 빠진 완성차업체는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각국 정부가 환경 규제에 나서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가장 시급한 과제는 원자재 확보다. 특히 광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최근 세계 최대 광산기업 호주 BHP와 니켈 구매 계약을 맺었다. 최근 8개월간 세 번째 니켈 구매 계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QPM에 약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인수, 10년 장기 구매계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발트 생산 세계 1위인 스위스 글렌코어에서 2025년까지 코발트 약 3만t을 구매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영구자석에 들어가는 중국산 희토류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닛산, 테슬라는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회사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도요타-파나소닉, 폭스바겐-노스볼트, GM-LG에너지솔루션, 포드-SK이노베이션 등이 짝을 지어 비용과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다.

현대차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를 빌려 쓰고 반납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구매자의 초기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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