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찾은 '시간의 끝'으로 가는 여정 속 삶의 의미

브라이언 그린 신간 '엔드 오브 타임' 번역 출간

빅뱅에서 시작해 '질서의 창조'를 탐구하고, 먼 미래에 반드시 찾아올 세상의 종말을 유추해보며 인간 삶의 의미를 찾는 장대한 여정.
초끈이론 분야의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이론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쓴 신간 '엔드 오브 타임'(와이즈베리)을 요약하면 위와 같다. 베스트셀러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 등을 펴내며 칼 세이건을 이을 '대중 과학 전도사'로 불리는 그린 교수가 10여 년 만에 쓴 새 책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UNTIL THE END OF TIME'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그린 교수의 지난 책들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대중을 향해 강의하듯 특정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던 그의 과거 저서들과 달리, 우주와 생명, 인간의 정신까지 다룬다.

엔트로피 증가를 열역학에 한정하지 않고 철학, 언어학, 심리학, 예술로 확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간대를 거슬러 가면서 언젠가 붕괴될 우주의 별과 은하, 그리고 생명과 의식 등 질서정연한 피조물을 창조한 물리학 원리"를 살펴보며 '인간의 삶이 유한한 것처럼 모든 생명 현상과 정신도 유한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제목인 '시간의 끝(end of time)'은 모든 은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홀이 마지막 복사를 뱉어내고 사라지는 시기에 비유되는 말이다.

시간이 아예 멈추지는 않겠지만, 변화라고 해 봐야 광대한 공간에서 입자가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이 전부이므로, 우주는 결국 망각의 세계로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우주에서 오랫동안 우주를 생각해 온 생명과 사고는 언젠가 반드시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우주를 넘어 무한한 공간 저편 어딘가에 영원한 생명과 사고가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주의 종말로 인류에게 영원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책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라며 "빅뱅의 순간에 입자의 위치나 장의 값이 조금만 달랐어도 당신과 나, 인간, 지구, 그리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상태를 탐구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바깥이 아닌 내면"이라며 "개인적인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면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병철 옮김. 532쪽. 2만2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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