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대학 주점 술 판매 금지'에 대학축제 기간 함박웃음 짓는 편의점

"하루 주류 매출만 300만원"
홍익대 축제(대동제)가 시작된 지난 15일 오후 8시 반 학교 앞 편의점 한 곳의 주류 매대 앞에는 학생들 20여 명이 편의점에 긴 줄을 섰다. 소주가 진열돼 있던 편의점 매대는 순식간에 과일맛 소주 두어 병만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맥주 페트병이 동난 탓에 일부 학생들은 수입 맥주캔까지 네댓 개씩 쓸어담았다. 점장 A씨는 “소주가 다 팔린 건 처음 본다”며 “작년 축제 때는 비가 와 장사가 잘 안됐는데 올해는 손님이 너무 많아 소주를 진열대에 채워넣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각 대학 축제 기간 허가 없는 주류 판매를 금지하면서 올해 5월 대학가 축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각 학과 주점들은 학생들에게 공짜로 술을 제공하거나 술을 외부에서 사오라고 권하고 있다. 덕분에 대학 인근 편의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학내 편의점 “축제기간만 주류 판매”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는 판매 면허가 있는 사람만 팔 수 있다. 축제 때 교내 학과 주점에서 소주와 맥주, 막걸리 등을 파는 건 위법이지만 그간 관행적으로 판매됐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국세청과 교육부가 주세법 준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각 대학에 보내면서 교내 주점에서는 주류를 판매하는 행위가 사라졌다.

각 대학들의 총학생회는 주류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축제를 연 세종대 총학생회는 “각 학과마다 주세법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았고, 대학 인근 편의점 및 마트와 연계해 주류를 준비하고 마트와 편의점 밖에서 술을 사올 수 있도록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축제가 열리는 기간 경영관 내 편의점에서 주류를 판매하기로 했다.
홍익대학교 인근 편의점. 일부 과일소주를 제외하고 소주가 다 팔렸다. /노유정 기자
이에 따라 학교 인근 편의점과 마트들은 주류 재고를 대폭 늘렸다. 지난 16일 오후 성균관대 경영관 내 편의점 CU(씨유)에는 소주와 맥주 페트병, 캔맥주 등이 아이스 박스 안에 수십 개씩 담아놨다. 축제를 맞아 지원을 나왔다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평소에는 학교 측 요청으로 주류를 팔지 않지만 축제 기간을 맞아 부탁이 왔다”며 “하루에 주류 매상이 300만원 가량으로 본사 직원들이 지원하러 왔다”고 설명했다.홍익대 앞 편의점 사장 A씨는 “학생회가 축제를 앞두고 학교 밖 편의점에서 사는 건 가능하다고 공문을 보내줘 주류를 평소 3배 이상 들여왔다”고 말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축제가 열린 건국대 인근 편의점들도 “대학 축제 기간 예약 주문” “대량구매 고객에게 이동용 카트 대여” 등의 홍보 문구를 걸어놓고 매출 늘리기에 나섰을 정도다.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내 편의점 CU에 다양한 주류가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다. 이 편의점은 축제 기간에 한해 주류를 판매하기로 했다. /배태웅 기자
◆“학과 학생은 주류 쿠폰 제공”

홍익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 축제기간을 맞은 대학 캠퍼스에는 주류 봉투를 들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홍익대 곳곳에 붙어 있는 섬유디자인과 주점 홍보 포스터에는 ‘술과 안주를 챙겨오면 착석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써 있었다. 주류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해당 학과 학생들만 무료로 술을 제공하기도 한다. 건국대 한 학과 주점에서 일하던 장모씨(21)는 “판매가 안 되기 때문에 학생회 차원에서 주류 업체와 계약해 학생회비를 낸 우리과 학생에게만 술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설명했다.학생들 사이에서는 주류판매가 금지된 이후 활기찬 축제 분위기가 사그라들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균관대에 재학중인 노모씨(22)는 “예전에는 주점이 친구들을 초대하고 외부인과 합석도 하는 등 대학 축제를 대표하는 문화였지만, 최근에는 동기끼리 밖에서 술을 사서 주점에 가느니 학교 근처 술집에 가자는 친구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 학과 주점 입구의 홍보 포스터. 과 학생증을 보여주면 소주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노유정 기자
◆주점 대신 푸드트럭

최근 대학가 축제에서 주점 대신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 ‘푸드트럭’이다. 그간 주류와 함께 팔렸던 라면·파전 등 학생들이 직접 조리했던 술안주도 사라지는 추세다.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을 우려해 안주도 팔지 않기로 자발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그 빈 자리를 푸드트럭들이 메우고 있다. 축제 기간에 맞춰 튀김과 꼬치, 스테이크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푸드트럭들이 6~10대씩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구매한 술과 푸드트럭에서 산 음식을 들고 주점을 찾는다. 푸드트럭에서 탕수육을 팔던 최모씨는 “작년부터 대학 내 주점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서 대안으로 푸드트럭을 많이 찾는다”며 “이번달은 서울 지역 각 대학 축제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배태웅/이주현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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