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이 급여의 20배… 보상 확실한 IB업계, 고액 연봉자 수두룩

기업 상반기 임직원 보수 공개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부문 급성장으로
김기형 메리츠證 부사장 등 대거 명단에
은행·보험 고액 연봉자는 대부분 등기임원
금융투자업계에 유독 고액 연봉을 받는 임직원이 많은 것은 성과에 따라 확실하게 보상해주는 문화 때문이다. 대부분 증권회사가 직급 및 연차에 상관없이 실적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신참 딱지를 뗀 증권맨은 개인이 벌어온 돈을 계약에 따라 회사와 나눈다. 고용 안정성을 갖춘 은행 보험 등 같은 금융업계와 달리 고액 연봉자가 많은 이유다.

◆부동산금융·채권 등 연봉 많아증권사에서도 투자은행(IB) 부문에 고액 연봉자가 많다.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부문 임원이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대거 올렸다. 특히 부동산금융을 담당하는 임직원이 많았다. 김기형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13억4950만원), 신훈식 한화투자증권 프로덕트사업부장(8억9100만원), 유재석 한화투자증권 스트래티직프로덕트부장(8억3800만원), 주용국 미래에셋대우 프로젝트파이낸싱본부 상무보(9억62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금융 분야 고액 연봉자의 ‘원조’ 격은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이다. 초창기 부동산금융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그는 수년 전부터 사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증권맨으로 유명했다. 기획 업무로 옮긴 김 부사장은 올 상반기에도 유상호 사장(20억2754만원)보다 많은 21억2209만원을 받았다.

채권 브로커도 빼놓을 수 없다. 유안타증권에서 채권, 기업어음(CP)을 중개하는 임성훈 차장(6억9300만원)과 전기범 차장(6억8200만원)도 짭짤한 성과급을 받았다. 정승용 KTB투자증권 과장(7억2200만원) 역시 채권 브로커다.
IB 부문에선 직원들이 정규직보다 계약직을 원한다. 연차에 따른 호봉제 대신 매년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팀 전체가 더 나은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증권사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며 “중소형사일수록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파격적인 성과급을 내건다”고 말했다.

개인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리테일 부문에서도 고액 연봉자가 나왔다. 이명희 메리츠종금증권 전무(13억2404만원)가 대표적이다. 이 전무는 메리츠종금증권 강남금융센터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테일 부문 직원은 통상 자신이 벌어들인 수익의 40~70%가량을 매달 또는 분기마다 가져간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10억원 안팎의 보수를 받았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고,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14억4000억원),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13억7436만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10억9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고액 연봉, 대부분 등기임원

은행과 보험사는 증권사와 달리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이 별로 없었다. 기본적으로 평균 연봉이 1억원 안팎이고, 고용 안정성과 복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금융사에서 고액 연봉자는 대부분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등 회사 경영진이 차지했다.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가장 많은 13억5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4억원에다 성과급으로만 9억100만원을 수령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급여 4억원과 상여금 3억4800만원을 합쳐 총 7억4800만원을 받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성과급을 지난 연말 당겨 받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원 명단에 못 들어갔다.은행장 중에서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상반기 15억9100만원을 벌어 최고 연봉 행장에 올랐다. 이어 허인 국민은행장(8억7500만원), 위성호 신한은행장(7억4500만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7억2500만원) 순이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상여금 9억여원을 포함해 보수로 14억5837만원을 받았다. 카드업계에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가장 많은 22억5100만원을 받았고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13억9300만원)이 뒤를 이었다.

50억원 이상을 받은 퇴직 임원도 나왔다.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은 퇴직금 44억여원을 포함해 56억5600만원을 받았다. 안민수 전 삼성화재 사장도 49억5900만원을 수령했다.
나수지/조진형/서정환/안상미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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