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강단의 인문학, 학·석사 통합 등 교과과정 바꾸겠다"

이재영 서울대 인문대학장

석·박사과정 지원자 '반토막'
학문 후진양성 본래 기능 쇠퇴
'겉핥기식' 교육이 위기 초래
“한국 인문학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서울대부터 앞장서 교육 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합니다.”

최근 서울대 인문대학장에 부임한 이재영 학장(영어영문학과 교수·사진)은 29일 “TV 속 인문학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학 강단 내 인문학은 여전히 위기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학생들이 겉핥기 인문학을 넘어 심화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학·석사통합과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학·석사통합과정은 학부와 대학원을 통합해 5~6년 동안 이론·실무를 체계적으로 가르친 뒤 석사 학위를 주는 것이다. 그는 또 “디지털 교육을 강화해 인문대 학생들도 최소한 코딩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인문대는 지난 19일 처음으로 최근 10년간 인문대의 학과별 취업률, 석·박사 인원 등 교육 현황을 담은 통계백서를 발간했다. 과거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통해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시도의 일환이다.

백서에 따르면 인문대 석·박사과정 선발인원은 2008년 95명에서 2017년 71명으로, 석사과정은 2008년 172명에서 2017년 126명으로 줄었다. 협동과정(여러 전공이 공동으로 대학원을 설치·운영하는 과정)을 제외하면 감소폭은 50% 가까이 된다. 학생들은 대신 취업시장으로 몰려갔다. 2008년 43.4%였던 인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2년 이후 60~70%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인문대 교수 사이에서는 “인문대가 후진 양성이라는 대학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인문대 교수들은 내달 ‘인문학에 대한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한 일종의 ‘반성문’ 형식의 책을 내놓고 인문학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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