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민생 챙기기

박재원 정치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삼각김밥을 뜯는 법은 간단하다. 포장지 삼각 꼭지에 표시된 부분을 잡고 정중앙을 가른 뒤 비닐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면 된다.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은 누구든 할 수 있다.

1990년 첫선을 보인 삼각김밥은 편의점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30년 가까이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줬지만 정치인들에게 삼각김밥은 여전히 ‘신(新)문물’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한 방송사는 서울시장 후보를 인터뷰하면서 삼각김밥을 건네줬다. 당시 안철수(바른미래당) 김문수(자유한국당) 후보는 삼각김밥을 처음 접한 듯 포장지를 마구 뜯어내면서 김과 밥을 분리시키는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상황을 연출했다. 연배를 고려하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편의점도 안 가보고 서민을 위한다는 것이냐”는 쓴웃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결정되면서 편의점에 전례없는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점주들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야권은 이에 편승해 최저임금 인상을 ‘폭주기관차’에 빗대 정부에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편의점에 가봤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부분 의원들은 “이제부터 가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범(汎)보수 의원들이 만든 ‘시장경제살리기연대’는 대(對)정부 비판성명을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후에야 편의점을 찾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같은 야당 태도에 네티즌들은 “내 편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반응 대신 “언제부터 야당이 우릴 걱정했냐”는 댓글을 달았다.

저소득층 지원 정책을 주도하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정책 수혜자를 국회로 불러내 생색내기 간담회를 할 뿐이다. “서민을 정쟁의 도구로 삼을 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서민들 반응도 당연하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로 붐비는 전통시장을 경험하지 않았나.

한 네티즌은 “지금이라도 조용히 편의점을 찾아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점주들의 고단한 삶을 들어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척’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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