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3위가 3위 삼켰다… 김상열 회장, 건설업계 판도 뒤흔드나

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시장에선 '새우가 고래 삼켰다' 는데…

호반건설 "실탄 충분… 승자의 저주는 없다"
당분간 대우건설 독립경영… 해외사업 손볼 듯
두 회사, 주택업이 주력… '시너지 있나' 우려도
중견 주택업체인 호반건설이 대형 건설회사인 대우건설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만 보면 각각 13위와 3위다. ‘새우(호반건설)가 고래(대우건설)를 삼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그룹 존폐위기를 겪은 금호아시아나처럼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반건설이 금호그룹과 달리 해외플랜트, 대형 토목사업 등의 경험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원과 1조3000억원에 달해 ‘실탄’이 넉넉하고, 대우건설의 인적 자원과 기술력을 그대로 활용할 예정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지분 40% 먼저 인수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가 된 호반건설은 앞으로 정밀 실사를 거쳐 산업은행과 매각 양해각서(MOU)를 맺고 상반기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지분 50.75%(1조6242억원) 중 40%를 1조2801억원에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2~3년 뒤 추가로 사들일 예정이다.

‘호반 베르디움’ 브랜드를 사용하는 호반건설은 1989년 창사 이래 줄곧 수익성이 높은 택지지구에서만 아파트 사업을 해왔다. 이후 방송·레저 등으로 사업 구조를 다각화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8조원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2016년 기준 매출은 호반건설이 1조2000억원, 대우건설이 10조9857억원이다. 두 회사의 외형만 따지면 대우건설이 호반건설의 9배가량 된다. 하지만 지난해 호반건설그룹 전체 매출은 6조원에 육박한다. 1조5000억원을 웃도는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인수자금으로 6000억원가량을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조달할 방침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당분간 독립경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조직 문화와 규모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한동안 합병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대우건설은 상장사고 호반건설은 비상장사라는 점에서도 합병 여부는 득실을 따져보고 천천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과거 금호그룹 역시 금호건설과 대우건설을 완전히 별개로 경영했다”고 말했다. 고용승계가 대우건설 매각의 기본 조건이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당장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주택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 등 도시정비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권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현대건설), ‘자이’(GS건설) 등과 맞붙을 수 있는 ‘푸르지오 써밋’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서다.“해외플랜트·토목사업이 변수”

호반건설은 경쟁력 있는 대형 건설사 인수를 계기로 국내외 건설업 기반을 확고히 굳히겠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의 강점인 자금력, 관리능력 등을 대우건설에 접목해 선두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인적 자원, 호반건설의 자금력과 신속한 의사 결정이 맞물려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주택사업 비중이 50%를 웃돌아 호반건설의 주력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이 때문에 나온다. 호반건설은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 사업에 장점이 있고 대우건설은 민간 도급사업에 강점이 있어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는 게 호반건설의 설명이다.호반건설이 사업 리스크가 낮은 택지지구 개발사업을 주로 해왔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계열사 수십 개를 동원해 인허가 등의 문제가 전혀 없는 택지지구 땅을 대거 매입해 분양하는 것이 주력 사업모델”이라며 “부동산시장 대세 상승기를 활용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된 종합건설사를 경영할 능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중견 주택업체인 호반건설과 기업 문화가 달라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큰 실적을 내지 못하는 해외플랜트와 토목사업 처리도 난제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해외플랜트사업과 토목사업 부문을 어떻게 활성화할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조수영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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