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파의 귀환…호소력 짙은 가창으로 객석 압도

뮤지컬 리뷰 '보디가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내년 3월5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보디가드’.
1990년대를 풍미한 ‘R&B(리듬&블루스) 디바’의 귀환이었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당대 최고 여가수 레이첼 역을 맡은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는 원숙한 디바의 면모를 발산했다. 긴 공백기를 딛고 가수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 그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숨겨온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997년 ‘애송이의 사랑’을 부르던 소녀가 이젠 극 중 주인공처럼 슈퍼스타가 된 듯했다.

‘보디가드’는 1992년 개봉한 휘트니 휴스턴·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가 스토커에게 쫓기는 레이첼을 보호하면서 싹트는 사랑을 그린다. 작품은 ‘시네 뮤지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이 결합된 형태다. 영화에서 레이첼이 노래하는 장면은 그대로 가져오고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 등 영화에 나오지 않는 휴스턴의 히트곡을 드라마 전개에 맞춰 삽입했다. 극적인 요소를 부각하기 위해 원작에서 비중이 적었던 언니 니키와 레이첼, 프랭크 간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영화와 다른 점이다.‘두 자매가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상투적인 설정은 노래를 드라마에 입혀 효과적으로 들려준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이었다. 프랭크에게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레이첼과 니키가 ‘런 투 유’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레이첼이 혼자 부르는 원작보다 훨씬 극적인 효과를 낸다. 휴스턴에게 최초로 그래미상을 안긴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는 니키의 마음을 드러내는 넘버(삽입곡)로 등장한다.

스릴러적 요소를 연극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눈에 띈다. 빨간 후드를 뒤집어쓴 스토커가 레이첼의 무대에 난입하는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해 긴장감을 높인다. 미닫이문을 활용해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던 집이 녹음실로, 클럽으로, 가라오케로 변하는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다. 대니얼 래드클리프 주연의 연극 ‘에쿠우스’ 등을 연출한 테아 샤록의 솜씨다.

다만 원작의 화려한 액션 신이나 무대 위에서 레이첼을 번쩍 안아올리고 걸어가는 장면을 기대한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노래 위주로 극이 흘러가다 보니 이야기 전개는 다소 거칠고 단순하다.이런 한계를 휴스턴의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이 채워준다. 양파의 가창은 관객을 무대에 빠져들게 한다. 니키 역의 최현선도 절절한 노래로 극의 개연성을 높인다. 프랭크 역의 이종혁과 스토커 역의 이율 등 조연들은 안정적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극 중 ‘음치’ 역할인 이종혁이 부르는 노래는 딱 한 곡이다. 이 장면만 제외하면 귀가 호강하는 뮤지컬이다. 내년 3월5일까지, 6만~14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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