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인문학이 던지는 진짜 메시지…좋은 일보다 좋아하는 일 하라

인간이 그리는 무늬

김명선 서울 강남도서관장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쓴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책 제목은 ‘인문’을 풀어 놓은 말이다. ‘인문’의 ‘문(文)’은 원래 무늬를 의미하며 ‘인문(人文)’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뜻한다. 요컨대 인문학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알아가고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류가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는 능력, 그리고 그 지점에 우뚝 서는 능력인 상상력과 창의력을 인문학 탐구로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바를, 도달하고자 하는 시점을 유추해 인간이 행복해할 삶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근래 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인문학 열풍이 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한다.

이런 지향점을 위해서라면 인문학은 사람에게 단순히 지식을 주는 게 아니라 인문적으로 사고할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열심히 살고 있지만 늘 불안하고 채워지지 않는 우리에게 던지는 ‘인문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여러분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여러분은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여러분은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이런 질문은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즉 진짜 인문학을 할 기회를 준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삶의 목표를 정하는 일은 ‘바람직함’이나 ‘해야 함’ 혹은 ‘좋음’ 대신 자기가 바라는 내적 충동, 즉 욕망에서 출발해야 한다. 바람직한 것보다는 바라는 것을 하는 사람으로 채워지고, 해야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으로 채워지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채워질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진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샘솟게 된다. 더 부드러운 사회가 된다. 저자는 머리로 생각하는 지식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혜를 통해 더 행복해지고 유연해지라고 권한다. 지식과 이념, 사명감에 포박당하지 말고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충실한 삶을 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막무가내식 지식 축적으로 기존 이념의 틀에 맞추기 급급한 사람들에게 노자의 목소리를 빌려 “멋대로 하는 네가 옳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용기를 북돋워준다. 이미 조성된 이념의 세계를 뛰어넘는 인문적 통찰로 내 것에 집중하고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라고 주문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게’가 일상이 돼 누군가와 늘 경쟁하는 우리 현대인에게 ‘그대로도 괜찮아, 네가 그리는 삶의 지도가 너를 행복하게 만들 거야’라는 저자의 말이 큰 위로가 된다. (최진석 지음, 소나무, 29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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