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족집게' KCC, 제일모직으로 2조 이상 차익

3년만에 수익률 423%…10년치 영업익 벌어
보호예수 풀리는 내달 차익실현 나설지 관심

기관투자가 압도하는 KCC, 12개 상장사 주식 보유
누적 수익률 293%…총 차익 2조6000억원 넘어
정몽진 KCC 회장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제일모직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이 회사 2대 주주인 KCC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제일모직 지분을 사들인 지 3년 만에 2조2000억원가량의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 KCC의 10년간 영업이익을 합친 것과 비슷한 금액이다. 다음달 17일로 주식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현대重 차익도 3000억원KCC는 특이하게 주식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다. 수익률도 웬만한 기관투자가 뺨칠 정도다. 현재 KCC가 보유한 12개 상장사 주식의 시세차익은 총 2조6000억여원. 운용 수익률은 293%에 이른다.

이 회사의 투자 목록 가운데 으뜸은 제일모직이다. 2011년 12월 7741억원에 매입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17%가 지금의 제일모직 지분으로 바뀌었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KCC는 이 회사 지분 2125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제일모직이 상장할 때 공모가(5만3000원)에 750만주를 매각했다. 주식 취득 단가(3만6431원)를 감안하면 당시 1241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최근 합병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제일모직의 잔여지분(1375만주)을 처분할 경우 KCC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2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장기투자 종목도 ‘알짜’들이다. KCC는 2003년 6월 3000억원을 들여 현대자동차(223만주), 현대중공업(574만주), 현대모비스(93만주), 현대산업개발(356만주) 등을 사들였다. 현대중공업은 3000억원, 현대산업개발은 1000억원의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현재 KCC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정몽진 회장이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투자분야 인맥이 넓은 것으로 유명하다. 임석정 JP모간 한국대표와 돈독해 평소에 많은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 투자를 권유한 것 역시 JP모간이었다.

◆정상영 명예회장도 ‘백기사’ 역할

KCC의 투자 이력은 정 회장의 아버지이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 명예회장은 KCC를 이끌면서 다른 기업들의 ‘백기사(우호적 지분 투자자)’로 나선 일이 많다.현대가(家) 기업 투자를 2003년에 주도한 것도 정 명예회장이었다. 현대 계열사들의 안정적 경영 여건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활동으로 벌어들인 자금은 현재 KCC 주식 투자의 ‘실탄’이 됐다. 현대자동차와 만도 주식을 2011년 7월 처분해 벌어들인 8767억원으로 제일모직의 주식을 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잘 아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도 KCC 투자의 특징이다. KCC의 투자종목 업종은 주로 건설이나 자동차에 국한돼 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KCC가 담은 주식을 보면 건설 자재와 밀접한 기업, 가족들과 연결돼 속사정에 밝은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김태호/김희경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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