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조' ESG채권 시장…"민간기업 참여 늘어날 것"

'녹색채권' 등 SRI채권 시장 성장세
전년대비 상장잔액 18.6% 늘어
민간에선 이차전지 기업 위주
"ESG 공시 초안 공개…활성화 이끌 수도"
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불리는 사회적책임투자채권(SRI채권) 시장이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시기를 지나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ESG 관련 수치 등을 어떻게 가늠할지 명시한 ESG 공시기준이 나오면서 ESG 채권 발행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SRI채권 상장 잔액은 248조283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209조2521억원)에 비해 18.6%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발행기관 수(누적 기준)는 241곳에서 259곳으로 늘었다.SRI채권은 친환경·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대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녹색채권(그린본드)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등으로 나뉜다. 이중 친환경 사업 등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자금이 쓰이는 녹색채권에 대해선 환경부가 금리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그간 SRI채권은 주로 공기업이나 은행·캐피털사 등 금융기업이 주로 발행했다.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목적 등이 ESG 취지에 맞아야 하고, 이에 대해 외부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발행과정이 일반 채권보다 까다로워서다.

금융사의 경우 ESG 관련 투자에 자금을 쓰겠다고 공언해 기준을 통과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제조·유통·서비스업 기업 등은 ESG 프로젝트 기준을 임의로 잡아 인증받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비금융 민간기업 중 SRI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한 기업들 여럿이 이차전지 관련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차 확산과 탄소중립간 관련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설비투자를 위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SK온 등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민간기업 중 녹색채권 발행액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2월엔 녹색채권으로 역대 회사채 수요예측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당시 녹색채권 2·3·5·7년물 총 8000억원 모집에 총 5조6100억원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 회사는 작년엔 녹색채권 5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4조7200억원이 몰려 1조원까지 증액 발행을 하기도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녹색채권으로 9500억원을, SK온은 20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이들 기업에겐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운용 자금의 일정 부분을 ESG 투자에 쓰려는 연기금·공제회 등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자금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달할 수 있어서다. 녹색채권은 상장수수료와 상장연부과금 등이 면제된다는 점도 장점이다.ESG 공시 초안이 공개되면서 SRI 채권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올해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정보가 ESG 사업에 중요한지 등을 알려주는 지침이 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엔 제각각이었던 ESG 관련 데이터나 체크 포인트가 사실상 규준화되는 것”이라며 “기업이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ESG 관련 사업 기회를 찾아 관련 채권을 발행하는 등 민간기업의 참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