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하나고 개교] '사교육 없는 학교'…공교육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 서울지역 첫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 개교

집중 이수제·무학년제 ‘눈길’…전원 기숙사에 학원 못가최고 수준의 교사와 시설…대학생 멘토가 학생들 진로 상담도
서울지역의 첫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이사장 김승유 · 교장 김진성)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본교에서 개교했다.

사교육 없이 전인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세계인'을 배출,공교육의 모델이 되겠다는 하나고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하나고의 실험은 우선 전교생 기숙사 생활에서 시작된다.

월 1회만 외출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이 원천적으로 학원과 과외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학교 수업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배수진이다.기숙사는 개인별 침대 · 책상 · 사물함이 구비된 4인1실 체제로 고1~3학생 620명이 생활할 수 있다.

⊙ 집중이수제,무학년제 등 새로운 시도

실험은 교육 시스템에서도 이뤄진다.학기별로 배분된 이수과목을 한 학기에 집중해 가르치는 '집중이수제'와 학년에 관계없이 실력에 따라 수업을 듣는 '무학년제'를 시행한다. 기존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구체적으로 보면 1차년도(1학년)에는 제2외국어와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2차년도부터는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각자가 교과목을 선택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

해외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각종 AP과목과 외국어 전문교과목이 편성되고 국내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인문과정과 자연과정의 모든 수능 과목들이 편성된다.

심도있는 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전문교과나 일부 대학교과가 편성된다.

최근 학문의 융합 추세에 맞춰 인문사회 분야는 물론 자연 분야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경제 · 경영 관련 과목을 모든 학생은 일정 단위 이상 이수해야 한다.

특히 경제와 금융 분야 특화 고교인 만큼 미시 · 거시경제학 등 고급 경제학 과목도 개설한다. 또 과목에 따라 영어교재와 더불어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학생들도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분위기이다.

지난달 말 방문한 학생들의 기숙사 책상 위에는 토플 · GRE 대비 고난도 단어집인 워드스마트 등이 놓여 있었다. 한 학생은 "영어과목에서 워드스마트로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지성뿐 아니라 덕성 체력 감성까지

하나고는 지성뿐 아니라 덕성,체력,감성이 조화된 창의적인 세계인을 길러 내겠다는 게 목표다.

최첨단 지식을 탐구하는 지식인의 소양을 구비해야 하며 세계적 지식 인재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가져야할 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을 경험해야 한다.

또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 1인1기 이상의 재능을 훈련하고 문학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양식을 경험하도록 해 풍부한 문화적 감성을 개발할 계획이다.

모든 학생에게 건전한 정신 함양을 위해 강인한 체력을 기르도록 하는 제도는 신선하다는 평가다.

모든 학생들은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 특기를 익혀야 하고 전교생이 주4회(월 · 화 · 목 · 금) 오후 3시30분부터 6시까지 약 2시간30분간 체육시간을 갖는다. 축구 야구 테니스 수영 헬스 등 종목이 다양하다.

김진성 교장은 "학생들이 원할 경우 골프나 승마 등 전문 시설이 필요한 스포츠도 외부 업체와 연계해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고 수준 교사와 대학생 멘토

무엇보다 하나고가 확보한 우수 교사는 사교육보다 질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하나고 교사들은 작년 선발시험 때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국어 담당 장희민 교사는 EBS 국어 강의에서 소위 '1타(1등) 강사'로 유명하다.

또 20명의 대학생 멘토가 기숙사 안에 거주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로상담을 돕는다.

대학생 멘토들은 한 달에 한 번 자신이 가진 특기를 살려 멘토 세미나를 진행한다.

내용은 영어 성경공부,반도체 작동원리,영어회화 및 토론,경제신문 활용교육,제왕학(리더십 프로그램),수학의 역사와 응용,아시아 여행 그리고 제3세계 등으로 다양하다.

⊙ 시설은 작은 대학 수준

시설도 뛰어나다. 대지 8000평 위에 연면적 1만1572평,지하4층~지상8층 9개동 규모를 자랑한다.

수준별 수업을 위한 대학강의실 형태의 일반교과 교실과 함께 다목적 콘서트홀,방송스튜디오 등이 들어선 특별교과동 등을 갖췄다.

특별교과동은 특별교과 과정과 방과 후 개인 학습을 위한 공간으로 영어회화실,시청각실,면학실,개인 연습실 등이 있다.

전반적인 시설이 작은 대학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건물 공사비로만 500억원이 투자됐다.

재단 이사장인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사교육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어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학교를 설립했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을 못 받는 학생들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하나금융 측은 매년 30억원가량을 학교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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