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씨 "쇼팽을 우아한 노래로 불러드릴게요"

29~30일 세종문화회관서 콘서트 갖는 이소정씨
"쇼팽이 지금 제 노래를 듣는다면 대만족할 거라고 믿어요. "

뮤지컬 배우 이소정(36)이 쇼팽을 노래한다. 10년 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역을 맡았던 그가 이번엔 아름답고 서정적인 쇼팽의 작품에 가사를 붙여 오는 29~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노래를 부른다. 음반은 '쇼팽과 소녀(Chopin and The Girl)'타이틀로 이미 발매돼 있는 상태다. 이소정은 뮤지컬 무대에서 품어내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실제 그를 음악의 세계로 이끈 건 피아노였다. 중학교 때 리사이틀에 나갈 정도로 피아노 실력은 수준급이었다고.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특히 쇼팽의 곡을 좋아했죠.지금도 악보 없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어요. 쇼팽의 작품으로 뮤지컬이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10년 전부터 쭉 했었는데 이제야 한걸음 뗀 셈이죠."

보컬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7년 전쯤부터 해왔다고 한다. 재즈계의 간판 작곡가인 배장은씨와 함께 편곡작업을 했고,미국과 일본 시장을 감안해 대부분 영어로 작사했다. 쇼팽의 전주곡 4번과 연습곡 5번에는 한글 가사를 넣었고,녹턴 9번에는 프랑스어 가사로 부르기도 했다. 피아노 소나타 2번 '장송곡'에 덧댄 김소월 시인의 '초혼'을 제외하면 모든 가사는 직접 썼다. 특히 그만의 언어로 재해석한 가사들이 눈에 띈다. '이별의 곡'은 '안녕이라 말하지 마오'로,'혁명'은 '사랑은 시작됐다'의 의미로,즉흥환상곡은 '우리를 내버려두라'는 순수한 사랑으로 해석했다. 외향적인 성격 덕분인지 거침없는 음악인생을 살아온 그지만 거장 쇼팽의 작품을 고르고 가사를 붙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그는 "어떤 가사가 잘 어울릴까,어떤 단어를 고를까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며 "쇼팽의 작품을 고르고 가사를 붙이는 등의 작업에는 꼬박 두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노래는 쇼팽 작품의 멜로디나 코드 변형 없이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쉽게 불렀다.

특히 이번 공연의 반주는 이소정의 음악을 듣고 반해 반주를 자청한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소린 크레시운이 맡는다. 그는 최근 베를린에서 열린 '클래식 피아노 배틀'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 젊은 음악가. 이번 공연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는다.

이소정의 많은 팬들은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여전히 그를 뮤지컬 무대에서 만나고 싶어한다. "뮤지컬을 그만둔 건 아니에요. 그저 뮤지컬에서 다듬어진 내 모습을 내가 사랑하는 쇼팽의 음악 위에 내던져 보는 거예요. 내년까진 쇼팽 생각만 하려고요. 예술은 다 한 가지에서 나오는 것 아니던가요. " 그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글=김보라/사진=양윤모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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