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神.예술의 고장 '日本 시마네현'] 햇살과 호수...화려한 이중주

하늘과 물, 햇빛이 하나로 어우러져 반짝이는 곳. 신지호(湖)와 나카우미(中海)호수를 품고 동해와 접해 있는 일본의 시마네현은 물과 신(神), 예술의 고장이다. 옛날 "여덟 겹 구름의 나라"로 불렸던 현청 소재지 마쓰에(松江)는 특히 물색이 아름답다.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시마자키 도손 등 일본의 문호들이 이 지방의 인상기를 남기기도 했다. 햇살과 물이 연출해 내는 아름다운 영상에 그들도 몸을 떨었으리라. 시마네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를 따라가 보자. 신지호 =둘레 44km, 면적 80㎢로 일본에서 7번째 큰 호수다. 바닷물이 조금 섞여 있고 여기서 잡히는 재첩은 이 지방 명물이다. 새벽 안개 속에서 재첩 잡는 배의 모습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호수 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요메가시마는 시집간 딸이 부모가 그리워 겨울에 언 호수를 건너다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을 안고 있다. 딸의 넋인 양 소나무가 열 그루 서 있다. 석양을 받으며 일렁이는 파도에 소나무가 가지를 떨며 서 있는 그곳, 요메가시마는 보는 이의 발길을 묶어 놓는다. 신사 =히노미사키(日御)국립공원에 속하는,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히노미사키 신사가 있다. 구름 속에서 나와 이 지방을 개척한 신 스사노오노미코토를 모신 신사다. 이 신사 안에는 옛 신라의 신을 모신 가라쿠니신사(韓國神社)가 있다. 일본의 시초를 이룩한 스사노오노미코토와 한국 신을 동일인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한다. 신라의 연오랑 세오녀가 이곳에서 나라를 이룬 것일까. 신사에서 해안쪽으로 가면 1903년에 지어진 동양에서 제일 높은(38m) 히노미사키 등대가 있다. 등대 위에서 보면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맑은 날에는 오키제도까지 보인다. 이즈모다이샤(出雲大社)는 국보로 지정돼 있다.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는 신, 복신(福神)을 모신 신사로 전국에서 짝을 못 지은 남녀들이 와서 소원을 빈다고 한다. 오미쿠지(소원을 적어 나무에 매달아 놓은 종이) 하나의 사연을 읽어 봤다. "머리 좋고 돈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일본의 신들은 음력 10월에 이즈모다이샤에 모여 회의를 한다고 전해져 온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10월을 간나즈키(神無月, 신이 없는 달)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만은 "일본의 온갖 신들이 모이는 까닭에" 가미아리즈키(神有月, 신이 있는 달)라고 한다. 10월에는 신들을 맞이하는 갖가지 행사와 축제가 벌어진다. 미술관 =시마네는 인구 78만명의 작은 현이지만 큰 미술관이 3개나 있고 작은 규모의 화랑들도 많이 있는 예술적 풍치가 가득한 곳이다. 그 중 티파니미술관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한 보석상 티파니의 아들이며 장식미술가인 루이스 티파니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신지호에 접해 있으면서 사철 갖가지 꽃들로 덮이는 아름다운 정원과 대온실을 갖춘 티파니미술관은 외양에서도 굉장히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술관 내부 역시 그의 초기 작품 그림들과 자연 채광을 받아 눈부신 스테인드 글라스, 화려한 보석 세공품 등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아다치미술관은 티파니와 달리 소소한 장식 없이 시원하고 남성적인 멋이 있는 곳이다. 근대 일본 화단의 작품 약 1천3백점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 유수의 미술관이다. 건물을 1만3천평의 넓은 정원이 둘러싸고 있다. 건물 안에서 액자처럼 뚫린 유리 벽을 통해 정원의 경치를 한 장의 그림처럼 볼수 있게 한 건축 기술과 배치도 감탄을 자아낸다.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형적인 일본식의 중후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신지호를 배경으로 서 있는 시마네 현립미술관은 건물에서 호수로 이어지는 실루엣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처음엔 미술관을 3층으로 지을 예정이었으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여 설계를 다시 했다고 한다. 마쓰에 성과 호리카와 =시마네의 관광코스중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근래 부각되고 있다. 마쓰에 성은 1611년에 이곳의 영주가 전투에 대비해 주위에 강을 파고 구릉 위에 지은 성이다. 성 자체의 건축미도 돋보이려니와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마쓰에 시가와 신지호의 전망이 일품이다. 성 내부에는 임진왜란을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투구와 갑옷, 화승총 등이 전시돼 있다. 성 북쪽으로는 에도시대 사무라이의 저택인 부케야시키를 볼 수 있다. 마쓰에 성을 둘러싼 강을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도는 호리카와 유람코스는 마쓰에를 "일본의 베니스"로 부르는 이유를 수긍하게 한다. 신지호로 흘러드는 호리카와는 마쓰에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강 양쪽을 잇는 고풍스런 다리와 울창한 숲, 강변에 이어져 있는 예쁜 기와집들, 물 위를 떠다니는 하얀 고니들은 동화 속 나라를 여행하는 듯 꿈에 젖게 만든다. 기타 =느긋하게 골프를 즐기고 싶은 이에게는 신지호를 바라보며 아웃코스가 시작되는 시마네 골프클럽이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호수를 스쳐오는 선선한 바람과 코스 구석까지 햇빛이 비치는,전망 좋은 골프클럽이다. 마쓰에 인근에만 5개 정도의 골프클럽이 있다. 신지호에서 이어지는 나카우미는 일본에서 6번째로 큰 호수. 시마네와 돗토리현에 걸쳐 있고, 그 안에 다이콘시마라는 섬이 있다. 섬 안엔 모란꽃과 고려인삼으로 유명한 유시엔이라는 정원이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며 꽃처럼 예쁘게 차려내는 향토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우리의 복날 음식처럼 일본에서는 더울 때 뱀장어구이를 즐긴다. 시마네현(일본)=안정애 기자 grea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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