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입성한 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초반 돌풍

미국 브로드웨이 정식 데뷔

뮤지컬 제작비 2500만弗 태반을
오디컴퍼니 인터파크 등이 투자

총괄프로듀서는 한국인 신춘수
"현지화 집중해 초반 반응 좋아
정식 개막 전에 100만弗 수입"

영국 호주 등에서 공연도 검토
지난 25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인 제작자가 성공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제작자가 자리를 잡고 나면 한국인 배우는 물론 한국에서 제작한 작품을 수출하는 사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가 그 시작이 될 겁니다.”

지난 26일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을 만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사진)는 간담회 내내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날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서 정식으로 첫선을 보인 다음날. 초반 관객들 반응을 보고 고무된 기색이 역력했다. 신 대표는 총괄프로듀서로 기획부터 투자 유치, 제작진 구성과 배우 섭외까지 작품 전 과정에 관여했다.

한국이 만든 ‘지극히 미국적인’ 뮤지컬

한국인 총괄프로듀서가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빼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모든 면에서 지극히 미국적인 작품이다. 소재부터 그렇다. 뉴욕을 배경으로 아메리칸드림을 좇는 개츠비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 고등 교과서에 실려 있어 ‘미국인이라면 다 안다’고 봐도 좋을 유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제작진과 등장 배우도 대부분 미국인으로 채웠다. 개츠비가 여는 파티 장면의 무대 장식과 의상을 보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특유의 화려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작품 배경인 1920년대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경제 호황을 누리던 시기다. ‘광란의 1920년대’라고 불릴 만큼 문화적으로도 화려하던 모습을 무대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작품 내내 묻어난다.여기엔 신 대표의 의도가 담겼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무기로 삼았다. 신 대표는 “국내 뮤지컬을 포함해 과거 작품들은 대사 한 줄까지 모두 관여하면서 세심하게 신경 썼다”며 “이번에는 현지 제작진과 소통하면서 자율권을 더 많이 보장했다”고 말했다.

뜨거운 현지 관객 반응

초반 관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브로드웨이에서 4월은 ‘토니 시즌’으로 불린다. 미국 뮤지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토니 어워즈’ 후보가 되려면 4월 말까지 극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기대작이 몰리는 때인 만큼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신 대표는 “올해 브로드웨이 신작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은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라고 강조했다. 개막 공연 전 4주간 열린 프리뷰 공연에서 ‘원 밀리언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신작 뮤지컬이 한 주에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지를 흥행 척도로 삼는데, 이를 달성했다는 의미다.제작비를 회수하는 기간도 예상보다 빠르게 잡았다. 위대한 개츠비의 제작비는 2500만달러에 달한다. 절반가량을 오디컴퍼니에서 투자했고, 나머지는 인터파크, SBS, 위지윅스튜디오 등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채웠다.

여기에 공연을 이어가는 데 주당 90만달러가 추가로 든다. 신 대표는 투자금 회수 기간을 1년가량으로 보고 있다. 그는 “투자금을 회수한 뒤 수익 구간까지 공연을 계속한다면 현실적인 성공이라고 본다”며 “적어도 앞으로 5년간 브로드웨이 공연을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뒤 해외 다른 지역으로 공연을 확장하는 게 신 대표의 다음 목표다. 그는 “미국 투어와 함께 다른 지역에 공연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며 “이미 영국 호주 등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와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도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께 위대한 개츠비 공연을 올릴 생각이다.가장 미국적인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발판으로 국산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선보이는 꿈도 꾸고 있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는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한 뮤지컬을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수입했지만, 앞으로는 완성도 높은 한국 뮤지컬을 역수출할 것”이라며 “보편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서 ‘K뮤지컬’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 = 나수지 기자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