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마이 패션] 여성복 : '빈티지'를 주목한다

올 겨울 여성복 디자이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단어는 빈티지(Vintage)다.

옛 것을 다시 부활시켜 선보이는 복고바람은 지난 91년부터 대중앞에 선보였다. 세기말을 불과 10년 앞둔 당시 많은 이들이 지나간 20세기를 되돌아보고 그리워했는데 그것이 패션에 반영돼 복고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60년대 스타일을 모방한 미니스커트를 필두로 벨보텀 팬츠,비틀즈를 연상시키는 모즈룩,최근의 패치워크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복고 열기는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올해도 옛것을 차용해 보여주려는 디자이너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패션전문가들은 이제 그 시도를 복고풍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빈티지라고 말하기를 즐긴다.

기존 복고풍이 옛 모습을 지키려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면 빈티지는 낡은 유행을 재구성해 새롭고 신선한 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과거의 제품을 그대로 가져와 이용했던 재활용 패션과도 다르다. 2000년의 빈티지는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특정시대의 스타일을 모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재생패션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프라다는 화가이며 디자이너인 소니아 들로네(1885-1979)의 작품에서 패턴을 빌려왔다.

아르데코풍의 기하학적인 프린트,낡아보이도록 처리한 70년대풍 구두와 핸드백 등은 단번에 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80년전에 선보인 패치워크를 이번 시즌 다시 활용했다.

색색의 직사각형 스웨이드 가죽을 엮어 백과 신발 등을 만들었다.

돌체 에 가바나는 섹시한 란제리룩을 바탕으로 50년대에 많이 사용한 화려한 꽃무늬와 던들 스커트,구슬 달린 작은 핸드백을 이용해 귀엽고 여성스러운 로맨틱룩을 연출했다.

빈티지 패션에 안나 수이를 빼놓을 수는 없다.

안나 수이는 올 겨울 상품으로 1920년대에 유행했던 클로쉬 햇을 내놓아 특히 눈길을 끌었고 60,70년대 스타일을 완전 분해해 현대적 패션으로 변모시켰다.

또 신예 디자이너 줄리벳은 자기만의 확실한 빈티지룩을 선보여 평단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1962년 아프리카 말리의 바마코에서 태어나 건축을 전공하다가 패션디자이너로 변신한 이 디자이너는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재활용품으로 심플하면서도 섹시한 거리패션을 만들어내 일약 패션계의 기린아로 부상했다.

이밖에 장 폴 고티에,마이클 코어스,알렉산더 맥퀸 등 유명 디자이너들은 최근 컬렉션에서 빈티지풍의 옷들을 무대에 올렸다.

맨 윗 단추까지 꼭 채워진 유니폼 스타일의 셔츠 원피스,작은 구슬가방,냄새날 것 처럼 오래돼 보이는 70년대풍 가죽코트가 이들 명장들의 독창적인 손을 거쳐 고급스러운 부틱제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언뜻 생각하면 빈티지는 과거 지향적인 트렌드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의 일반적인 성향에 반하는 유행 사조다.

그러나 한번 더 뒤집어 보면 빈티지만큼 미래지향적인 단어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젊은이들은 획일화되고 대량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소비사회 속에서 누구도 갖지 않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시대의 믹스"를 선택했다.

개성외에는 계절감각도 속옷 겉옷 개념도 문제되지 않는 빈티지룩.낡은 것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실용적인 경제감각,희소가치를 동시에 지닌 21세기의 즐거운 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 빈티지란 ] "오래되고 유서깊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빈티지는 이미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단어인 "복고풍"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복고풍과는 달리 낡은 트렌드를 과감하게 다시 엮어 신선한 패션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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