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적 항공사 노선 절반이 문을 닫은 가운데 홍콩과 마카오로도 운항 중단이 확대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일부 항공기 운항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적 항공사 노선 절반이 문을 닫은 가운데 홍콩과 마카오로도 운항 중단이 확대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일부 항공기 운항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업계에 유동성 공급을 골자로 한 지원책을 내놓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다만 업황 개선을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 등이 해결돼야 하는 만큼 위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는 여전했다.

정부는 17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LCC에 최대 3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항공 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유동성 공급과 함께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를 유예해 항공사의 부담을 덜고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한 운수권 배분, 신규 노선 발굴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매출 급감과 환불 급증 등으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항공사에게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최대 3000억원 내에서 부족한 유동성을 적시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LCC업계에서는 유동성 지원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조속한 집행을 기대했다.

한 LCC 관계자는 "LCC업계에 가장 필요하고, 실효성이 있는 지원책"이라며 "관광수요가 급락하며 비행기를 운항할 때마다 손실이 발생, 유동성 경색이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 역시 "항공업의 위기를 인지하고 유동성 공급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 나온 시의적절한 지원책"이라며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신속하게 자금이 지원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예약 취소·환불이 급증하면서 최근 3주간 항공사의 환불 금액은 크게 급증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환불금액이 각각 1275억원, 671억원을 기록했고 LCC인 제주항공은 225억원, 진에어의 경우 290억원 등 3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여객이 감소한 항공사는 다음달부터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 사용료에 대한 납부를 유예한다.

지난 5일부터 한중 노선에 적용하고 있는 운수권·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 미사용분 회수 유예조치도 대상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에 한해 운수권 회수를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은 운수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20주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슬롯을 80%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정부가 운수권을 회수하고 있다. 이에 항공사들은 운수권 회수를 막기 위해 수요가 줄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운항을 이어가야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항공수요 조기 회복과 안정적 경영여건 조성을 위해 포화상태인 인천공항 슬롯을 기존 시간당 65회에서 70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항공기 운용 리스에 대한 공적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항공사의 비용경감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LCC업계에서는 업계에서 꾸준히 요청한 내용들이 받아들여졌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앞서 항공업계는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주재로 열린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9·11 테러 대책에 준하는 실효성 있는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운수권 회수 유예조치 등 업계에서 꾸준히 건의한 내용들을 정부가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본다"며 "유동성 공급 외에 내용들은 향후에 초점이 맞춰진 사안들인 만큼 조속한 자금 지원을 통해 위기 수준의 경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위기 개선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LCC들은 중국과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감축에 나섰고, 일부 LCC는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LCC 6곳 중 네 곳이 무급휴직에 들어가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행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전망이고 한·일 외교관계 악화에 따른 '보이콧 재팬'도 여전하다"면서 "정부의 지원책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업계 불황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수요 감소세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빠르다. 코로나 19로 인한 항공여객 감소는 한달 만에 32.2%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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