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신제품 출시 효과 사라졌다
지난 18일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7씽큐(ThinQ)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지만 시장 움직임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삼성전자 갤럭시S9·S9플러스 출시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품질 상향 평준화로 제품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신제품 출시 효과가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번호이동 큰 변화 없어

2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G7씽큐가 출시된 18일부터 21일까지 이동통신 3사 간 번호이동은 4만8152건으로 나타났다. 직전 주(11~14일)와 2주 전(4~7일)에 각각 4만2861명, 4만2579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12%가량 늘어났지만 평소 숫자가 오르내리는 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시장, 신제품 출시 효과 사라졌다
통상 타사에서 고객을 끌어오는 번호이동은 이동통신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번호이동이 많아지면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인 반면 번호이동 감소는 시장이 침체됐다는 신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하루 번호이동이 2만4000건을 넘으면 시장이 과열됐다고 본다.

3월 갤럭시S9·S9플러스가 출시됐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출시 당일과 주말 및 휴일(16~19일)의 번호이동 건수는 4만4367건으로 직전 주(9~12일·6만4238건)보다 30% 이상 급감했고 2주 전(2~5일·4만1263명)보다는 소폭 증가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예전처럼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온다고 고객들이 대거 가입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아이폰도 2014년 10월 출시된 아이폰6 이후 신제품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호이동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이동통신 3사 간 번호이동은 29만9820건으로 지난해 4월(41만1271건)보다 27.1% 줄었다. 지난해 번호이동이 가장 적었던 달은 2월로 38만8431건이었는데 올해는 한 번도 이 수치를 넘지 못했다.

◆스마트폰 교체주기 길어져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로는 길어진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베이스트리트리서치가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평균 교체주기는 2014년 1년11개월에서 올해 2년7개월로 8개월 길어졌다. 내년에는 2년9개월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예전에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 발매 시기에 맞춰 2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꾸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3년 가까이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졌다는 것은 스마트폰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른 프로세서와 뛰어난 디스플레이, 고화질 카메라에다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최근 발매된 플래그십 제품들은 베젤(화면 테두리)을 최소화한 5~6인치 크기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이 대부분이다. 화면이 꺼져 있으면 제품 구분도 어려울 정도다. 배터리 성능이 향상돼 2년 이상 사용해도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스마트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것도 스마트폰을 더 오래 쓰게 하는 한 요인이다. 전략 스마트폰 가격이 대부분 ‘심리적 저항선’인 100만원을 넘지 않았지만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 10주년 기념 제품인 아이폰Ⅹ 256기가바이트(GB) 모델 출고가를 155만7600원으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S9플러스 256GB 모델을 115만5000원에 내놨다가 최근 107만8000원으로 인하했다. 선택약정 할인율이 20%에서 25%로 높아지고 불법 보조금 집중 단속이 늘어난 것도 시장 활력이 떨어진 이유로 꼽힌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