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코스피, 미중 무역전쟁 우려에 휘청…"단기 충격 불가피"
코스피지수가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 우려에 휘청이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면적 양상으로 확산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코스피가 견조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춘 만큼 중장기 상승 전망은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23일 오전 10시5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9.34포인트(2.38%) 하락한 2436.68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446.73으로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매도에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도 2.82% 급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중 관세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여파다.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 전자기기 통신장비 기계 등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약 54조원)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도 강력히 반발하면서 보복조치를 경고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는 그간 주식시장 상승의 중심이었던 미국 증시와 미국 경기에 대한 신뢰를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미 제조업으로 확산될 경우 주식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비용부담에 더해 무역보복에 따른 타격도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그는 "미국 전체 수입 중 35% 정도가 중간재 수입으로 미국 국내총생산 기여도가 높은 제조산업일수록 원자재, 중간재 수입 의존에 따른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컴퓨터 전자제품 자동차 항공기 등 제조산업으로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단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도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1개월 수익률을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베트남이 1위인 가운데 한국 코스닥도 상위에 올라와 있다"며 "설날 이후 조정도 10% 가량이 진행됐던 것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촉발은 양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전면전 양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에서 양국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법안 수정 및 협상을 통해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도 "대중국 보호무역 조치는 중간선거를 겨냥한 국내용 이벤트로, 중국을 상대로 펼치는 압박일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며 "속내도 달러 약세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전면적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지 않고 펀더멘털은 견조한 만큼 코스피지수의 중장기 상승 전망이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김일혁 연구원은 "전면적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단기 투자심리 위축 요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는 2580부근의 매물벽도 두텁고,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보완 발언들이 나오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06년 버냉키 취임 이후 증시가 급락했을 때도 S&P500지수와 시장 변동성(VIX)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약 4개월이 소요됐고 이후 더욱 강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며 "단기 노이즈가 걷힌 후 중장기 상승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