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근로단축+정규직화 비용 465조"
독일 컨설팅업체인 롤랜드버거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노동정책을 신랄히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의 생존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사용자와 근로자를 함께 고려하는 노동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롤랜드버거는 17일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 주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한국 노동정책과 선진국의 노동개혁 사례를 비교 분석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발표를 맡은 이수성 롤랜드버거 한국사무소 대표(사진)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8% 수준으로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빈곤선(중위임금 대비 50%)을 크게 웃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타당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OECD 국가인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최저임금에 기본급과 고정상여금, 숙식수당, 팁을 포함하는 만큼 한국도 정기상여와 숙식수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소비자물가지수와 근로자 생계비, 임금 상승률로 명확히 하는 한편 연령·산업·지역·직능별로 차등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단축 속도가 빨라 인력난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4년간 근로시간을 2시간 줄여 연평균 0.5시간, 일본은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간 8시간을 줄여 연평균 0.8시간을 단축했다”며 “이 기간 네덜란드는 세금 감면, 임금 동결, 노사교섭 촉진, 유연근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지원책을 폈고 일본 역시 장려금 제공, 규모별 단축, 유연근로 활성화 등의 지원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근로단축+정규직화 비용 465조"
반면 “한국은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2021년 7월1일까지 52시간(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잠정합의안 기준)으로 단축하면 연평균 5.3시간씩 가파르게 줄이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기업의 부족 인원이 28만 명에 달하고 이 중 30인 이하 영세기업의 부족 인력이 전체의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며 “급작스럽게 근로시간을 줄이면 영세기업이 인력 충원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롤랜드버거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와 매출 감소 예상액이 총 464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시 인건비가 75조6000억원(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액) 늘고 근로시간 16시간 단축 시 기업 매출은 323조원(중소기업은 109조원, 목표 시점까지 누적 기준) 줄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라 인건비가 66조1000억원(비정규직 비중 32%를 정부 목표치인 14%로 줄일 경우) 증가한다는 것이다.

롤랜드버거는 노동정책의 ‘시스템적 균형’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근로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의 균형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중소 제조기업의 47%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대기업의 부담이 하청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어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롤랜드버거는 유럽 최대 규모의 독일계 컨설팅업체다.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는 이날 롤랜드버거가 발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서’를 여야 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