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24일 장중 800선을 넘었다. 지수는 803.74까지 올랐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4.06포인트(0.51%) 내린 792.74에 마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코스닥지수가 24일 장중 800선을 넘었다. 지수는 803.74까지 올랐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4.06포인트(0.51%) 내린 792.74에 마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코스닥지수가 24일 10년여 만에 800선을 ‘터치’했다. 그동안 시장 상승세를 이끈 바이오주가 숨을 고르는 사이 정보기술(IT) 부품, 운송, 통신장비 등이 힘을 냈다. 증권업계에서는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바이오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점차 완화되면서 코스닥시장 내 다른 종목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뜨거운 코스닥 투자 열기

코스닥지수는 이날 오전 장 한때 803.74까지 오르며 2007년 11월7일(809.29) 후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 막판 차익실현 매물이 흘러나와 지수는 전날보다 4.06포인트(0.51%) 내린 792.7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4.05% 올랐다. 올 하반기부터 꾸준히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 규모를 늘린 데다 팔기만 하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달 들어 ‘사자’로 돌아서는 등 수급여건이 개선된 덕분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과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 등이 외국인과 기관 등 주식시장의 ‘큰손’들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닥 상장사 90곳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는 4조7505억원으로 지난해(3조3432억원)보다 42.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다음달 내놓을 예정인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도 컸다.

코스닥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최근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을 추월하고 있다. 2001년 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6조8639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4조3983억원)보다 2조원 이상 많았다. 높은 수익을 노리고 빚을 내 신용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5조10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신용융자는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기관, 이달 코스닥서 1.2조 쓸어담아… IT·엔터·레저주로 온기 퍼지나
코스닥 랠리를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가 주도하면서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IT 거품’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코스닥지수가 연일 치솟아 3000에 육박(2000년 3월10일 장중 2925.50)했지만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1년여 만에 500선까지 급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800을 넘었던 2007년 11월의 전 고점(800.92)과 업종별 시가총액 비중을 비교하면 바이오주로의 쏠림 현상은 확연하다. 10년 전 시총 1위였던 반도체 및 장비업종의 코스닥시장 내 시총 비중은 7.86%였다. 2위 디스플레이 및 부품(7.15%), 3위 기계업종(6.18%)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에 비해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바이오주의 시총 비중은 23.90%에 달했다. 뒤를 잇는 반도체 및 장비업종(8.88%)과의 격차도 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투자자는 실적 개선 종목보다는 성장 기대가 큰 바이오주로 몰리고 있다”며 “바이오업종을 빼면 코스피지수가 600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쏠림’ 완화되나

전문가들은 최근 상승폭이 컸던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서 코스닥지수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도 신라젠(-13.92%) 티슈진(-6.79%) 셀트리온(-2.50%) 등 주요 바이오주가 하락한 반면 SKC코오롱PI(9.32%) 펄어비스(6.63%) 인터플렉스(6.03%) 제일홀딩스(4.80%) 등은 강세를 보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주의 변동성 확대와 국민연금의 코스닥 비중 확대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국민연금 간 엇박자 등을 계기로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주로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 엔터테인먼트·레저 등 중국 관련 소비주, 5세대(5G) 관련 통신네트워크 장비주, 소프트웨어업종 등으로도 온기가 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갑호 교보증권 스몰캡(중소형주) 팀장은 “실적과 수급, 정책 기대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조진형/김동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