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전통적인 은행 모습까지 바꾸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은행 경험이 없는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비대면 금융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 상담원인 ‘챗봇(ChatBot)’까지 등장했다.
빅데이터·코딩 '열공' 하는 은행원…AI 상담원도 등장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조직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디지털그룹 인력은 전년보다 40~50%가량 늘었다. 영업점포가 줄면서 창구에서 일하는 은행원들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공계·디지털 인력 비중은 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 88명이던 미래채널그룹 인력을 현재 128명으로 늘렸다.

신한은행은 외부에서 빅데이터와 AI 분야 전문가 2명을 각각 본부장급으로 영입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은행 조직에서 은행원 출신이 아닌 외부 인력을 주요직에 영입한 건 이례적이다. 디지털 금융의 부상은 은행 공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최근 시행한 하반기 공채에서 디지털 부문을 신설해 관련 인력들을 별도 채용했다.

혁신적인 정보기술(IT)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해 통신사 및 핀테크 기업들과 손잡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AI, 블록체인, 모바일송금 등 유망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에 직접 지분 투자하는 은행도 있다.

AI 기반의 채팅로봇(챗봇)은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되면서 급부상한 새로운 형태의 ‘은행원’이다. 아직 기술 수준은 미약하지만 향후 영업점 창구와 콜센터 상담 직원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고객과 문자 상담은 물론 음성 상담까지 가능한 AI 기반 챗봇 서비스 ‘위비봇’을 선보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환전 관련 정보, 날씨, 인물 정보 등을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해 24시간 365일 상담이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연내 콜센터 상담 직원을 도울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챗봇 기반으로 고객들의 투자성향에 따라 맞춤형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상담) 서비스는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한은행의 ‘엠-폴리오’를 비롯해 KEB하나은행의 ‘하이 로보’, 우리은행의 ‘우리 로보 알파’ 등이 영업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