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6일 오후 3시59분

국내 최대 게임개발사인 넥슨이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빗을 인수하면서다. 국내 최초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이 2013년 문을 연 후 업계 최초의 인수합병(M&A) 사례다. 벤처기업들이 대부분인 가상화폐 시장에 넥슨이라는 ‘대어’가 진출하면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넥슨,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인수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이날 코빗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코빗 창업자인 유영석 대표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이 보유한 지분 65.19%다. 매각 가격은 913억원이다.

코빗은 유 대표가 2013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가상화폐 거래소다. 유 대표는 유엔 우주사무국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 우주인으로 선발된 고산 씨와 함께 2011년 하드웨어 전문 창업투자보육업체(액셀러레이터)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중개인 없이 온라인상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을 고민하다가 가상화폐를 접하게 됐고, 거래소 창업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창업 이후 코빗은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스카이프 테슬라 등을 키워낸 글로벌 벤처투자 큰손인 팀 드레이퍼, 실리콘밸리 최고의 엔젤투자자로 통하는 나발 라비칸트가 코빗의 초기 투자자들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등이 투자했다. 지금까지 투자유치 규모는 약 100억원 수준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자들은 이번 매각으로 약 네 배가량의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코빗은 세계 16위의 가상화폐 거래소로 성장했다. 회원 수는 약 3만 명에 달한다. 지난달 한때 세계 5위까지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최근 순위는 다소 떨어진 상태다. 국내에서는 30여 개 가상화폐 거래소가 영업 중인 가운데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개 업체가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넥슨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코빗 인수를 결정했다. 향후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와 관련 거래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코빗 매각은 국내 가상화폐 관련 업체 최초의 대형 M&A 기록이다. 이번 M&A 거래는 향후 관련 창업과 투자를 늘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거래소 설립에 나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카카오스탁 운영사인 두나무는 다음달 업비트라는 가상화폐거래소를 선보일 예정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중개하는 가상화폐 종류는 5개 안팎인데 비해 업비트는 200개 코인 거래를 모바일로 지원할 예정이다.

한 핀테크(금융기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수준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금융 증권 유통 등 기존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에 대비해 투자 영역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