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세미나에서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앞줄 왼쪽부터) 이익현 법제연구원장,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등이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3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세미나에서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앞줄 왼쪽부터) 이익현 법제연구원장,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등이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내 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선 앞서가지만 낡은 법과 규제 때문에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이 창의적인 발상을 펼치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23일 기후변화센터와 한국법제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세미나에서다.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지금은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처리하는 애프터서비스를 받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관리하는 ‘비포 서비스’로 바뀐다”며 “이같이 4차 산업혁명이 경제와 산업, 세계 경제에 큰 충격과 영향을 주는 만큼 법 제도 측면에서도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네거티브 규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네거티브 규제는 예외적인 것만 금지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하고 나머지 사항은 전부 금지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와 반대된다.

문성욱 KT스마트에너지사업단 상무는 “선진국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핵심기술을 갖고 먼발치 달려가고 있다”며 “선두주자를 따라잡으려면 네거티브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승욱 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기술은 이미 상당히 발전해 있는데 법 때문에 실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예컨대 몸에 센서를 붙인 뒤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한국에선 규제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에 대해선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준균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기존 법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방해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선 아무런 규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4차 산업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