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근절" 칼 빼든 김상조…공정위, 독립 심사자문위원회 만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계의 ‘기술탈취’를 근절하기 위한 별도 조직을 구성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지난달 내정 이후 수차례 ‘기술탈취 근절’을 강조하며 공정위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대기업의 기술탈취가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1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산업기술, 특허 등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 그룹인 ‘기술심사자문위원회’를 조직해 기술탈취의 조사·심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술위는 공정위가 기술탈취를 조사·심사할 때 법 위반 여부와 시정조치 내용, 제재 수준 등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공정위는 각 업종에 정통한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로 기술위를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기술위 조직을 추진하는 것은 기술탈취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수요 독점적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탈취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피해 규모는 2015년 902억원에서 2016년 1097억원으로 늘었다. 공정위가 2010년 이후 기술탈취를 금지한 하도급법 12조3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한 대기업은 LG화학이 유일하다.

기술탈취 조사·심사에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것도 공정위가 기술위 조직에 나선 이유다. 하도급법과 시행령, 심사지침은 기술탈취를 ‘기술자료의 부당한 제공 요구’ ‘기술 유용’으로 나눠 규제하는데,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항목이 대부분이다. 가령 기술자료의 범위와 관련해 공정위의 심사지침은 영업활동 등에 기술적으로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 기술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 시간 노력이 필요한 것 등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이를 엄밀하게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술자료의 권리 귀속관계나 기술자료 사용의 부당성을 꼼꼼히 따지기 위해서도 산업계 상황을 꿰뚫고 있는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