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구조사결과에 엇길린 표정 > 9일 오후 8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방송 3사의 ‘19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TV 화면을 응시하는 시민들의 표정에 희비쌍곡선이 교차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출구조사결과에 엇길린 표정 > 9일 오후 8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방송 3사의 ‘19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TV 화면을 응시하는 시민들의 표정에 희비쌍곡선이 교차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제19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자 서울 광화문 광장은 함성과 탄성이 교차했다. ‘민초’들의 신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한결같았다. 소득을 늘려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되길 희망했다.

9일 저녁부터 광화문 광장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자 광장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호루라기를 불며 자축하거나 “문재인 만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원생 이모씨(28·여)는 “청년들이 살기 힘든 세상인데 선거가 끝나면 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시민들은 “출구조사 결과일 뿐이고, 사전투표가 반영되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려보자”며 애써 위안하는 분위기였다.

노량진역 4번 출구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공시생들도 이날만큼은 잠시 공부를 접고 신임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관심을 쏟았다. 3년째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권모씨(27)는 문 후보의 당선 소식에 “공공 일자리 공약을 내건 후보가 당선돼 기쁘다”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틀 뒤 면접을 앞둔 김태훈 씨(27)는 “(문 후보가) 공약한 대로 적폐를 청산해줬으면 좋겠다”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중앙도서관 지하에서 스크린으로 보던 취업준비생 이성수 씨(27)도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청년 일자리를 공약 1순위로 둘 정도로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강조한 후보가 당선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주부 박모씨(57)는 “설거지나 해야 한다는 홍준표만큼은 안 된다는 심정에서 투표했다”며 “차선의 결과가 나왔다 생각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남 모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임지훈 씨(32)는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있고 최초의 대통령 보궐선거인 만큼 국가위기 상황”이라며 “빨리 국정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기치로 내세운 적폐 청산에 대해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도 반반 섞여 나왔다. 판교의 한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닌다는 직장인 송태호 씨(30)는 “추위에 떨면서 촛불을 든 국민들에게 드디어 답이 주어졌다”며 “적폐를 청산한다는 외침이 거짓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다니는 이모씨(29)는 “적폐 청산이란 말엔 공감한다”면서도 “의견이 다르다고 적폐라고 치부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주부 김정희 씨(56)는 “앞으로 유승민·심상정 후보가 선전해줬으면 좋겠다”며 “이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두 사람이 문 대통령의 진정한 견제세력이자 협력자가 된 것이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의미”라고 평가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