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만찬 빠지고 펜실베이니아서 지지자 만나
언론 각세우기는 여전…"워싱턴 오물로부터 떨어져 있어 기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해리스버그에서 유세 형식으로 지지자들과 만나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보낸 100일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위대한 전투들이 벌어질 테니 준비하라"며 "우리는 백전백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거둔 성과들을 열거하기도 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 임명, 환경·사업의 규제 완화, 키스톤XL 송유관 승인, 불법 월경 감소를 이끈 안보 조치 강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성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각종 정책에 반기를 드는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결국엔 자신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경 장벽을 세울 것이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기성 언론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도 다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방송과 MSNBC 방송 등 가짜뉴스들은 오늘 우리와 함께하고 싶었겠지만, 매우 지겨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발이 묶였다"며 거짓보도를 일삼는 언론이 매우 모욕적인 낙제점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할리우드 배우들과 워싱턴 언론계 인사들은 호텔 방에서 서로를 위안하고 있을 것"이라며 "워싱턴 오물(swamp)들로부터 161㎞ 이상 떨어진 이곳에 더 많은 군중과 더 나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대통령과 언론이 소통하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미국 언론계를 뒤흔들었다.

약 100년에 이르는 행사 역사상 대통령이 불참한 전례는 두 차례뿐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암살범의 총격으로 폐에서 총탄을 빼내는 수술을 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두 명만 기자단 만찬에 불참했다.

하지만 후보 시절부터 기성 언론과 각을 세우던 트럼프 대통령은 연례 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만찬 당일에 아예 펜실베이니아로 넘어가 지지자들과 취임 100일을 기념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지난해 대선에서 1988년 이래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를 선택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라디오 주례연설에서도 성공적인 100일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우리 행정부의 첫 100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것이었다"며 "단 14주 만에 우리 행정부는 워싱턴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고 말했다.

또 "미국 국민을 우선순위에 두었을 때 이 같은 눈부신 성과를 이루는 것이 가능했다"며 "그것이 내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이유였고 미국으로서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의 유일한 충성은 우리 멋진 국민에게 바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100일에 대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한테서 나온 100일간의 잡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지난 100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정책에 대한 무지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