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65세 이상 60%가 만성 복합질환…포괄적 진단·치료시스템 시급"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2세인데 건강 수명은 73세입니다. 10년 정도는 와병 상태에서 지내야 한다는 의미죠.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60% 이상은 세 가지 이상의 만성 복합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장(사진)은 “노인 환자는 여러 진료과에 걸쳐 다양한 의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포괄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홍수 센터장은 노인성 의료서비스와 노인의학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다. 2007년 미국 로체스터의대로 연수를 가 노인의학 가족치료 등을 연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임상노인의학회를 만들어 활동하며 국내에 노인진료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서울 서남병원에서 백세건강센터를 운영하며 지역사회 노인 건강 수준을 높이고 취약계층 독거노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그는 이달 문을 연 이대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이 센터장은 “노인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해 노인들의 평생 건강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병원 1층에 노인을 위한 공간을 꾸민 것이 인상적이다.

“노인의학센터 문을 열면서 노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1층에 전용 창구도 만들고 노인 진료를 위한 패스트트랙도 도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상주한다. 사회사업과에서 노인 환자를 1 대 1로 돕는다. 엑스레이 등 검사, 수납 등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돕고 여러 진료과가 함께 환자를 보는 노인 환자를 위한 협력진료 시스템도 꾸렸다.”

▷노인의학센터 역할은 무엇인가.

“노인 환자들의 다양한 설움을 달래주고 노인들이 병원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돕는 장소다. 노인들은 종합병원을 찾으면 하루에 두세 가지 이상의 진료과를 동시에 방문하고 매일 한 번에 복용하는 약물 개수도 다섯 가지를 훌쩍 넘는다. 균형 감각, 공간 지각력 등이 떨어져 낯선 병원에서 낙상이나 각종 사고 위험도 높다. 하지만 이를 고려한 노인 환자 맞춤 전문센터는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노인 환자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노인들이 갖고 있는 의료 문제에 대해 포괄적인 눈으로 접근해야 한다. 의료진은 모두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노인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다른 숨겨진 문제는 없는지 항상 되돌아봐야 한다. 여러 건강 문제를 함께 갖고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노인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노인포괄평가를 통해 건강 문제를 찾는다. 질병 치료뿐 아니라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진 분들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재활하고 가능한 지원도 연결해야 한다. 지역 사회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노인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알지 못해서 받지 못하는 노인 환자도 많다.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고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노인들이 먹는 약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20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도 많다. 약 부작용으로 새로운 증상이 생기고 이를 또 다른 약으로 치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한다. 요실금 전립선비대증 등의 문제가 있을 때 먹는 항콜린제가 있다. 이 약을 먹으면 입이 마른다. 입마름증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받아 약을 추가로 먹는 노인도 많다. 어지럼증도 생긴다. 이 때문에 진정제를 쓰는 일도 있는데 항콜린제와 함께 먹으면 운동조절능력이 떨어져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 혈압약도 젊을 때 먹는 약과 나이가 들어 먹는 약이 달라질 수 있다. 노인 환자가 먹는 약을 확인해 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 진료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 노인이 늘어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노인이 늘면 의료비 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삶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노부부가 단둘이 살면서 올바르게 일상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한 사람이 아프면 가족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가족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은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어떤 센터를 만들고 싶은가.

“궁극적으로는 노인 환자가 한 곳에 앉아 있으면 의사들이 찾아와 진료하는 시스템이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지만 의학적 준비나 대처는 미흡하다. 센터가 이상적 모델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인식의 변화를 이끄는 곳이 됐으면 한다.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센터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람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