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개헌안 국민투표 부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터키의 EU 가입 협상도 백지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민투표 다음날 “EU를 향한 터키의 구애가 끝났다”고 논평했다.

EU는 지난 16일 치러진 터키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최대 250만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유럽평의회 의회협의회(PACoE)가 파견한 국민투표 참관단의 알레브 코룬 의원(오스트리아 녹색당)은 18일 “최대 250만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그 정도라면 투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라 심각한 상황임에도 터키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마르가리티스 스키나스 EU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참관단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투명한 조사를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터키의 외메르 첼리크 EU담당 장관은 “의혹 제기를 수용할 수 없다”며 “EU는 터키의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라”고 반박했다.

터키는 EU 가입을 숙원으로 삼고 있었지만 지난해 쿠데타를 진압한 뒤 배후세력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기본권 훼손 논란 때문에 목표에서 더 멀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에 불만을 품고 EU가 가입 자격 조건으로 제시한 현안들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개헌 국민투표 승리를 선언한 16일 밤에도 EU가 금지하는 사형제 부활을 총리와 즉시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U는 사형제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터키가 사형제를 부활하면 EU 가입이 어려워진다.

PACoE는 24일 터키의 민주주의 제도 현황을 논의하고 터키를 ‘감시등급’으로 강등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터키는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EU가 요구한 개혁을 이행했고 2004년 감시등급에서 벗어나면서 가입 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유럽평의회가 터키의 등급을 다시 감시등급으로 강등하면 터키의 EU 가입 협상이 큰 타격을 받는다. EU는 감시등급을 받은 국가의 가입 협상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