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잠자는 자전거를 ‘오토바이급 전기자전거’로 만들어드립니다.”

한 전기자전거 개조업체가 내건 홍보 문구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모터 출력에 따른 최고 속도와 사양별 가격이 정리돼 있다. 회전 속도가 높은 모터와 큰 바퀴를 달면 시속 60㎞도 거뜬하다. 100만~200만원이면 이 같은 고속 자전거로 개조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자전거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자전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3월부터는 최고 시속 25㎞ 이하인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용된다. 다만 25㎞가 넘으면 동력이 자동으로 끊어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법 시행은 내년이지만 지금도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고속 전기자전거가 적지 않다. 자전거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오토바이급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동호인 사이에선 ‘무법자’로 통한다. 자전거 동호인 박동선 씨(30)는 “빨라야 시속 30~40㎞인 자전거에 비해 튜닝 전기자전거는 시속 50~60㎞로 자전거도로를 질주한다”며 “좁은 도로를 스치듯 지나가니 아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최고 시속 규제를 벗어난 전기자전거 튜닝을 무조건 불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고속 전기자전거를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차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만 달린다면 100% 합법이다.

박준봉 알톤스포츠 연구원은 “시속 25㎞ 이상으로 개조하더라도 자동으로 이륜차에 속하고 원동기 면허만 있다면 차도를 높은 속도로 달리는 게 불법은 아니다”며 “경찰이 자전거도로에서 과속하는 튜닝 전기자전거를 일일이 멈춰 세워 확인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일이 과속 전기자전거를 단속하기에 행정력이 부족하고 튜닝을 규제하자니 혁신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규제가 너무 약하면 ‘보행자 안전문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규제에 앞서 보행자 안전을 보장할 인프라 개선이나 시민 대상 홍보·계도에 나설 방침”이라며 “규제가 현실성이 없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