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현재로서는 정부의 채무재조정 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6일 발표했다. “최종 결론을 다음 주말께 내리겠다”고 했지만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반대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비상이 걸렸다.
대우조선 회생안에 물음표 던진 국민연금
◆국민연금 부정적 기류

국민연금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3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했지만 (대우조선의) 재무상태, 기업계속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현 상태로는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종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국민연금 내에선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산은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에게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50% 출자전환, 50% 상환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명확한 판단근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연금이 이날 대우조선의 재무상태, 계속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 회사채의 출자전환 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국책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은 왜 채무재조정 대상에서 빠졌는지에 대한 답변도 아직 못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에 따라 다음주 투자위원회 개최 전까지 산은 측에 대우조선의 재무상태와 향후 손실 가능성을 분석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오는 14일께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총력 설득 나서는 정부·산은

정부와 국책은행들은 대우조선 회사채 29%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우선 정부와 산은은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자료를 모두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의 수주선박별 RG, 신용장(LC) 등 여신 현황과 P-플랜 시 발주 취소 예상치를 파악해 알려달라고 했다”며 “가능한 모든 자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직접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32개 기관투자가 관계자를 만나 설득에 나선다.

정부와 산은은 사채권자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산은은 최근 시중은행에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영구채 금리를 인하(연 3%→1%)하고 RG를 국책은행이 먼저 발급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신한·국민·KEB하나 등 5개 시중은행은 산은의 양보안을 수용하고 7일 채무재조정 동의서를 낼 예정이다. 대우조선 노사도 이날 ‘모든 임직원이 경영정상화 때까지 임금 10%를 추가 반납한다’는 고통분담안에 합의했다.

정부와 산은은 다만 이런 노력에도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에 반대하면 오는 17~18일 사채권자집회가 끝나는 대로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P-플랜에 대비한 준비는 사실상 마쳤다”며 “대우조선 구조조정 절차와 과정, 방법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은은 P-플랜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자의 보유채무를 90% 출자전환한다는 사전회생계획안을 짜놓았다.

유창재/정영효/이태명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