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미술 내달 25일 뉴욕서 53점 경매
조선시대 왕의 투구, 동자승들을 그린 병풍, 고려청자와 18세기 청화백자, 금동불상 등 고가의 한국 고미술품 53점이 한꺼번에 뉴욕 경매에 부쳐진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뉴욕크리스티가 다음달 25일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여는 ‘한국과 일본 고미술품 경매’를 통해서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한국 고미술품 53점의 추정가 총액은 323만달러(약 36억원). 대부분 일제강점기 일본인 골동품상이 해외로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미국까지 흘러들어간 작품이다. 한국 고미술품이 모처럼 뉴욕에서 일본 골동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고미술품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16세기 조선 중종 때 그려진 산수화 ‘소상팔경도’(사진) 8첩이다. 중국 쑤저우(蘇州)와 삼강(三江) 지방의 경치가 아름다운 여덟 곳을 담아내 조선시대 초기 문인사회의 시화일치 사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안견파 화풍의 양식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게 특징이다. 중종 때 숙정(淑靜)옹주 남편 구한(具澣)의 시가 쓰여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추정가는 80만~120만달러(약 9억~13억원)다.

18세기 도자기 ‘청화백자추초문호’도 추정가 70만~80만달러(약 8억~9억원)에 나온다. 순도 높은 백자에 청색의 코발트 안료로 장수와 복,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수복강녕(壽福康寧) 글자와 가을철 들풀을 새겨넣은 게 이색적이다.

죽순 모양을 본떠 만든 고려시대의 ‘청자죽순형 주자’(12만~13만달러),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이 소장한 조선시대 왕의 투구와 비슷한 모양의 투구(6만~8만달러), 동자승 100여명의 모습을 10폭 병풍에 담은 ‘백자도’(7만~9만달러), 8~9세기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금동불입상’(5만~6만달러)’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새 주인을 찾는다.

크리스티 코리아는 27~31일 서울 팔판동 사무실에서 프리뷰 행사를 열고 ‘소상팔경도’ 8첩과 ‘청화백자추초문호’ 2점을 내보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