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항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터미널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중국과 일본 등 부산의 경쟁 항만들이 LNG 벙커링 터미널 구축 등 대안 찾기를 한창 진행 중이지만 부산항은 통항안정성 논란을 이유로 진척이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3일 동향분석자료를 통해 글로벌 선사들이 LNG 선박 도입을 발빠르게 검토하고 주요 항만도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산항만 3년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O가 2020년부터 선박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운항만업계는 저유황유나 LNG 등 연료유 교체와 후처리 설치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머스크와 CMA-CGM 등 글로벌 선사들은 신조 선박을 발주할 때 LNG 추진 선박을 검토하고 있다. 로테르담과 싱가포르, 닝보-저우산, 요코하마 등 세계 주요 항만 역시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NG 벙커링 터미널 구축은 중국과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다. 동북아 벙커링 거점 경쟁에서 부산항과 경쟁이 예상된다.

장강 등 5개의 내륙수운용 LNG 벙커링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저장성 닝보-저우산항에 외항선을 대상으로 한 LNG 벙커링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일곱 차례에 걸쳐 정부·지자체·항만공사 등이 참여해 검토회의를 열고 요코하마항을 LNG 벙커링 거점으로 최종 결정했다.

반면 부산항의 LNG 벙커링 사업은 입지에 따른 통항안정성 논란으로 3년째 답보상태다. 정부와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민간사업자 등이 지혜를 모아 지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KMI의 주장이다.

박성준 KMI 국제물류연구실 전문연구위원은 “올해 안에 부산항 LNG 벙커링 터미널의 입지 선정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는 본격 개발사업이 착수돼야 사업 지연에 따른 기회 상실을 막을 수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해 LNG 터미널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