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기업의 자유'가 위기다
우리가 이번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부분이다. 청와대가 대기업들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한 것은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헌재가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

그러나 헌재의 이런 적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여전히 많은 정치인, 정부 관료, 대다수 국민이 거리낌 없이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훼손하는 정책들과 발언을 쏟아내고 그에 찬동하기 때문이다. 헌재 판결이 난 지 1주일도 채 안 돼 농림축산식품부가 BBQ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가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농식품부가 치킨 가격을 인상하는 업체는 국세청에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겁박한 것이다. BBQ는 어쩔 수 없이 정부와 협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겠다며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업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고,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위협하는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기업의 자유와 경쟁을 제한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는 우리 사회에서 역사 유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헌재의 일관성 없는 결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직권 남용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거론했지만, 다른 경우에서는 그것을 무시하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2013년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합헌 결정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보호법이 근로자 계약의 자유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정규직보호법은 기업 경영의 자유와도 관계가 있다. 계약직근로자가 계속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기를 원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계속 고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경우 계약을 연장해 2년 이상 계속 고용할 수 있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재의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합헌 결정은 근로자의 자유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이었다. 이와 같이 헌재가 기업의 자유에 대해 일관성 없는 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 국민들이 기업의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

우리가 기업의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가벼이 여기면 정부 권력은 커지게 된다. 정부 권력이 커지면 정부가 각종 사회와 경제활동에 개입하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경유착이 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 갈등이 심화된다. 정부 권력이 커지면 이익단체들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커다란 권력을 사용해 기업과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들을 도입하고 누군가로부터 돈을 걷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일을 하면 국민의 불만은 점점 증가한다. 돈을 내는 사람들은 물론 수혜를 받는 사람들도 불만을 갖는다. 수혜를 받는 사람들이 수혜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며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고 더욱 번영하기 위해서는 이번 헌재의 결정문에 명시된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새기고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훼손하는 규제와 제도들을 하나하나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역동적인 사회가 돼 더욱 풍요로워지고 국민 간의 갈등이 줄어드는 평화로운 사회가 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