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의 부실감사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징계가 임박한 가운데 안진과 외부감사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올해 1분기 보고서 제출 시점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징계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안진과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1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안진과 맺은 3년짜리 외부감사 계약이 만료돼 올해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장회사는 99개다. 이 중 상당수 기업이 다른 회계법인과 외부감사 계약을 맺지 않고 안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회계법인을 찾아 외부감사를 맡기는 게 부담이 되는 데다 안진이 “징계가 나와도 감사를 수행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며 재계약을 요청하고 있어서다.

상장 기업은 각 분기가 지난 뒤 45일 내에 분기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5월 중순까지 1분기 보고서를 내려면 늦어도 다음달 초부터는 1분기 재무제표 검토에 들어가야 한다고 기업들은 설명한다.

금융당국이 안진과 계약을 맺은 기업에 한해 외부감사인 선임기한 및 분기 검토 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재계약을 고민 중인 한 상장사 관계자는 “안진에 계속 감사 업무를 맡기고 싶지만 제재결과에 따라 교체도 고민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제재가 늦어지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약 시점이 돌아오지 않아 안진과 맺은 감사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120여개 상장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안진이 업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더라도 안진이 스스로 ‘감사불능’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기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부실감사로 징계를 받은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긴다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24일 회의를 열고 안진에 대한 징계를 의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감사계약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일부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