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2015년 선보인 자율주행 콘셉트카 ‘F 015 럭셔리 인모션’. 차내를 아늑한 응접실처럼 꾸민 게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가 2015년 선보인 자율주행 콘셉트카 ‘F 015 럭셔리 인모션’. 차내를 아늑한 응접실처럼 꾸민 게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1886년 카를 벤츠가 ‘자동차 1호 특허’를 내며 자동차 시대의 서막을 연 이후 자동차 제조사들은 오일쇼크, 환경 파괴 논란 등 수많은 위기와 비판을 끊임없는 진화와 새로운 기술로 돌파해왔다. 지금도 자동차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주차공간 포화, 교통 체증, 배기가스, 소음, 사고 등이다. 자동차는 앞으로도 개인 이동수단의 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책마을] "감성 전달 못하는 무인자동차, 아무도 사지 않을 것"
독일 최고의 자동차전문가로 꼽히는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뒤스부르크-에센대 자동차경제학과 교수는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에서 “그렇다”고 답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계 엔진을 이용한 사람의 이동성, 즉 ‘퍼스널 모빌리티’는 현대 산업·서비스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없는 경제성장, 자동차 없는 번영은 불가능하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공업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자동차시장이 포화상태인 북미, 서유럽, 일본 등의 꾸준한 교체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세계 승용차 시장은 연간 신차 판매 대수 기준으로 지금보다 아직 네 배는 커질 수 있다.

자동차가 유발하는 각종 문제를 돌파할 해결책도 이미 존재한다. 그것도 현재 구체적인 발전 단계에 있어 10년 안에 직접 보고 체험하게 될 해결책이다. 바로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이 자동차에 접목된 ‘시스템 자동차’다. 이는 세 가지 기술적 진보의 결합으로 구현된다.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소음 공해가 없는 전기자동차, 안정성을 대폭 강화한 자율주행 자동차, 소유하는 대신 함께 이용해 대도시 교통량을 줄이고 주차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카셰어링 시스템(공유경제)이다.

자동차는 고립된 이동수단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빌리티 세상의 핵심이 되고 있다.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모빌리티 네트워크에 통합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허브로 자리할 자동차는 업계의 기존 가치사슬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것이다.

저자는 자동차산업과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세 가지 물결을 정교하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런 변화가 몰고 올 새로운 모빌리티 세계를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변화의 물결은 두 가지 방향에서 온다. 한쪽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핵심 역량을 지닌 IT 기업들의 급진적 혁신이다. 다른 쪽은 전통적 자동차 강자의 점진적 변화다. 급진적인 새로운 발명 위주의 신참과 점진적인 신기술 중심의 고참 중 어느 쪽이 새로운 모빌리티 세상을 지배할 것인가.

저자는 주요 주자들의 동향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바탕으로 누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지 예측한다. 가장 흥미롭고 관심을 끌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을 대목이다. 저자는 크게 패자 집단, 위태위태한 그룹, 변화를 만들어내는 제조사, 자칭 혁명가 그룹 등 네 부류로 나눈다. 혼다, 미쓰비시, 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패자 그룹을 형성한다. 혁신력 부족, 권위적인 문화, 새로운 콘셉트에 대한 고민 부족 등이 이유다. 위태위태한 그룹엔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 도요타,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속한다. 급진적 변화를 위한 거액의 투자가 미비하고 혁신력과 조형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제조사로는 BMW, 다임러,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르노닛산, 지리-볼보 등을 꼽는다. 새로운 공유경제 문화에 적극 참여하고, 자율주행 등 급진적 변화에 대한 준비가 돼 있고, 투자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다. 이들 업체가 새로운 모빌리티 세상에서도 계속 지배자로 남을 가능성은 ‘반반’으로 본다.

테슬라, 애플, 구글, 우버, 아마존, 알리바바, 넥스트EV 등 자칭 혁명가 그룹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해온 테슬라와 기술을 디자인하는 능력이 뛰어난 애플, 중국의 억만장자와 거대 인터넷 그룹을 등에 업은 패러데이퓨처, 넥스트EV 등 중국 신예 기업들에 후한 점수를 준다. 반면 7년째 주행 테스트만 하고 산업적인 이행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구글에 대해선 냉혹할 만큼 부정적이다. 소프트웨어로 꽉 채워진, 감정 없는 PC를 네 바퀴에 실은 것뿐인 황량한 구글 자동차를 누가 사겠느냐고 반문한다.

저자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운전자에게 주는 ‘감성적 가치’가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정교한 엔진 기술, 가속력, 마력, 뛰어난 차체가 운전자에게 특별한 주행 느낌과 브랜드 감성을 전달했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쁨, 스마트한 운전자 체험, 영리한 역동성 등이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차량이 완전 자동으로 차고에서 우아하고도 정확하게 나오는 모습, 차량 혼자서 굽어살피면서 커브 구간을 정열적으로 주행하는 모습, 첨단 기술 요소들을 표현한 세련된 디자인 등이 감성의 토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고객이 기꺼이 거액의 돈을 지출할 만한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