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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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기조가 3월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 후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의회 연설·美 FOMC회의 등 이벤트 산적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8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5원 내린 1130.85원에 거래되고 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달러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올해 초 1200원대까지 치솟았던(1월 2일 종가 1208원) 원·달러 환율은 불과 두 달만에 75원 넘게 급락, 1130원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정책 불확실성이 가중된데다, 환율조작국 이슈가 불거지면서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며 중국 한국 등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 강세) 추세가 3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3월 FOMC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가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외환시장은 잡음(노이즈)이 큰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정책의 구체화로 의회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 금리인상 우려, 유럽 선거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3월 원·달러 환율의 거래범위로 1115~1145원대를 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특히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연두교서 성격의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을 진행한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세제 개편과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 완화 공약의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정책과 발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환율 조작 압박을 통해 통상마찰 우려를 가중시키고, 정치 외교적 현안을 거론하며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며 "결과가 전해진 후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115원선까지 저점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조작국 우려…환율보고서 발표 전까지 원화 강세 전망

임노중 유화증권 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따라 외환당국이 적극 나서지 못하는 점도 원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3가지 중 2가지에 해당돼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돼있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지만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등으로 외환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24일(종가 1131.5원) 유 부총리는 "이 정도 등락이 지속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걱정하는 부분은 급격한 변화"라고 언급했다.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변동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임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3월 내내 원화가 강세를 야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전까지 원화가 강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3월 중순 예정된 미국 FOMC 회의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이벤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절반이 Fed가 3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ed 단기자금 선물가격을 기반으로, 블룸버그의 확률 계산방식을 적용했을 때 금리인상 확률이 50%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시장은 내달 3일 예정된 재닛 옐런 Fed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연설이 3월 금리인상 전망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윤 연구원은 "앞서 공개된 FOMC의사록을 통해선 3월 금리인상이 단행될 확률은 낮다"면서도 "경계감은 유지해야 하며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는 점차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