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리포트]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대한 세가지 오해
최근의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꽤나 달콤한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갈 길을 잃은 ‘자금’들이 호치민과 하노이를 향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이와 맞물려 인프라의 발전과 높아지는 도시화의 비율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을 쉴새 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쓴 것이 다하면 달콤한 것이 온다는 의미의 “고진감래(苦盡甘來)”. 여기서 딱 두 글자의 위치바꾸면 “감진고래(甘盡苦來)”, 달콤함 뒤에 쓴 맛을 볼 수도 있다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베트남 시장이 달콤하기는 하나 어느 누군가에게는 분명 고진감래가 아닌 감진고래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모든 투자와 기회가 그러하듯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도 바로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리스크(Risk).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 리스크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험’이라고 인식되어 쓰여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리스크의 정확한 의미는 위험이 아닌 ‘불확실성’의 정도를 의미하며, 이 불확실성은 긍정 또는 부정적 결과, 즉 득(得) 또는 실(失)’로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부분은 단순히 무엇을 얻게 될까를 넘어 어떤 실이 발생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이를 줄이고 피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고민하는 것이 바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대표적인 실(失) 사례 몇 가지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우선 개인들이 쉽게 마주할 수 있었던 상황들이 바로 ‘소유’에 관련된 내용이다. 명확하게 하자면 외국인의 소유는 다음과 같다. ‘베트남에 입국할 수 있는 모든 외국인은 아파트 또는 주택의 구매가 가능하며 최초 50년 소유, 이후 연장 가능하다’. 이때 이 ‘50년 소유’란 말 때문에 이를 임대의 개념으로 이해하셨던 분들이 종종 있었다. 우리에게 소유란 온전한 내 것이지 여기에 기간이 붙는다면 빌려 쓰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하자면 50년 소유가 맞다. 계약서 또한 50년 임대(賃貸) 계약서가 아니라 50년 매매(賣買) 계약서를 써야 한다. 간혹 50년 장기 임대 계약서를 쓰는 케이스가 있는데 이 경우 본인의 소유가 아닌 말 그대로 ‘임대’이기 때문에 아무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개인들의 경우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바로 정보의 분별이다. 한 예로, 대행사로부터 “호치민시 사이공 강변 가장 좋은 위치에 개발되고 있는 빈그룹의 A 아파트가 평당 1500만원(제곱미터당 4000달러)에서 2000만원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이 너무나 쉽게 이를 받아드리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제일 좋은 위치에 최고급 아파트인데 평당 2000만원이면 괜찮지’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기까지 한다.

실제 A 아파트 개발 이전, 바로 옆 부지에 위치한 호치민시에서 한때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불렸던 사이공펄 아파트만해도 1~2블록 분양가가 제곱미터당 1800달러에서 시작해 2300달러 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3블럭은 분양이 어려워 2000달러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에게 비싸다 싸다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 아파트가 위치한 그 지역 그 사회에서 이 아파트가 실제 어떤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 뿐 아니라 개발사 또는 기업들도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첫 번째가 베트남에 대한 이해이다. 호치민시 9군은 2008년 금융위기 수년 전부터 고속도로 개발계획 및 신공항(9군 외곽 롱탄지역) 이전 계획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역이다. 그러나 일부 개발사와 개인들이 정부의 계획 발표만 믿고 너무 일찍 투자하며 추가적인 ‘펀딩’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멈추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실제 고속도로는 발표 후 8~9년이 지난 2015년 말에야 1단계가 완공됐다. 한국과는 다른 동남아 국가의 환경과 특성상 인프라 투자는 실제 시작 이후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에 개발권 내에 있는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물가에 대한 착시도 주의해야 할 요소다. 간혹 부동산 법 개정 이전에도 일부 기업들이 토지 소유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땅에 투자를 하곤 했다. 베트남 현지 여성과 결혼하신 이들 중에서도 토지 투자를 하기도 한다. 평당 100만원에 용적율이 500%나 나오니 이 정도면 나중에 무얼 짓든 될 것이라는 ‘한국적’ 판단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토지가격이 저렴한 지역일수록 주택가격 역시 저렴하기 마련이다. 정확한 시장분석 없이 베트남의 물가를 한국과 단순 비교하면 당연하게 대부분의 것이 저렴하다. 체감물가가 한국의 4~5배 차이임을 기억하자.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 속에서 상품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 목적에 맞는 상품을 분별해내는 것이 지금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총 19개의 도시지역(구, district)과 5개의 시골지역으로 분할되어 있는 호치민시만해도 각 구마다 특성이 있고 투자 목적에 따라 알맞은 아파트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을 비롯한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오로지 본인에게 노출된 일부 정보만 믿고 그 상품이 최선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취득의 목적, 가격, 상품성 등을 판단해야 하는 ‘나만의 잣대’는 분양 대행사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너무나 쉽게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육하원칙은 뉴스나 기사에만 사실확인을 위해 쓰여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구매, 그 적절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언제 어디에 있는 부동산을, 누구를 통해 어떻게 왜 구매할지 정확한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정유석 NHO 매니징디렉터 nho.yschung@gmail.com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